'피아노 배틀(斗琴)' 장면에 등장하는 세 개의 피아노 곡 중 앞의 두 곡은 특히 자주 연주된다. 세 번째 곡은 연탄곡인 데다가 혼자 치는 짧은 초반부만 해도 앞의 두 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기교와 연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주 연주되진 않는다. 이 세 번째 곡을 제외한 앞의 두 곡은 모두 쇼팽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첫 번째로 연주되는 곡은 '흑건'으로, 쇼팽의 연습곡 중 하나("Étude" Op. 10, No. 5)이다. 오른손의 모든 음표가 단 한 개를 제외하고 검은 건반만을 연주하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사실 흑건은 피아노 전공생들의 필수 레퍼토리인 쇼팽 에튀드에서 거의 가장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곡이기도 하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24곡의 에튀드(후에 출판된 3곡을 제외하고) 중에서는 가장 수월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다. 영화에서는 흑건의 맨 처음 8마디만 치다가, 일명 '백건' 이라고 불리는 편곡이 추가된다. 원곡이 G flat Major(플랫 6개, 내림사장조)였다면, 이 편곡에서는 G Major(샵 1개, 사장조)라서 오른손이 흰 건반만 치게 된다.
두 번째로 연주되는 곡인 '왈츠'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쇼팽의 왈츠 중 하나(작품번호 Op. 64, No. 2)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티브일 뿐, 주요 멜로디를 제외하면 원곡에서 많이 바뀌었다. 원곡은 편곡된 것에 비해 느리고 훨씬 더 무겁다. 특히 손가락의 유연성이 의외로 많이 필요한 곡이라, 편곡된 것을 치던 사람이 원곡을 연주해 보다 놀라는 경우가 많다.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역시 샹룬이 상대방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곡을 연주하는 부분. DVD 부록에 따르면, 사실은 연주한 것을 조금 빨리 돌렸다고 한다.
세 번째 곡인 두금삼(斗琴三)을 보면, 상대방은 두 손으로 치지만 샹룬은 독주 파트에서 왼손으로만 친다. 저게 가능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친 사람이 있다. 사실 이 곡은 기존의 왼손만을 위해 작곡된 곡들에 비해서는 매우 쉽다. 모리스 라벨의 "왼손만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물론, 레오폴드 고도프스키의 왼손 버전 쇼팽 에튀드나 샤를 발랑탱 알캉의 대연습곡 1번은 두금삼보다 훨씬 어려운 기교들로 도배되어 있으면서 표현까지 살려야 하므로 극히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