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공주 오데트는 환경운동가로, 그와 사랑에 빠진 왕자 지그프리트는 시추 장비 개발회사의 후계자로 변신했다.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가 프랑스 출신의 현대무용 거장 앙줄랭 프렐조카주(66·사진)의 손을 거쳐 새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그가 이번 공연을 통해 재해석한 ‘백조의 호수’ 원작은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만들고 마리우스 프티파 등이 안무를 한 고전 발레다. 마법사 로트바르트의 저주에 걸려 낮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로트바르트는 자신의 딸 오딜(블랙 스완)을 시켜 왕자를 유혹한다. 상심한 오데트는 자살하려고 하지만, 지그프리트가 이를 말리며 같이 호수에 몸을 던지는 순간 사랑의 힘으로 저주가 풀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프렐조카주는 원작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했다. 부동산업자로 바뀐 로트바르트가 본인의 사업에 방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환경운동가 오데트를 백조로 만들어 버린다. 시추기 회사의 상속자 지그프리트는 아버지가 호숫가에 공장을 세울 것이란 계획을 알게 되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 아버지에게 맞선다. 원작엔 없던 지그프리트의 아버지가 새롭게 등장하고, 오데트와 함께 마법에 걸린 시녀들로 묘사됐던 백조들은 야생 물새로 설정을 바꿨다.
프렐조카주는 “한 명의 아버지로서 앞으로 내 딸들이 살아갈 세상에 어떤 걸 물려줄지를 고민한다”며 “최근 50년 동안 800종의 동물이 사라진 것에 심각함을 느껴 (작품에) 환경 파괴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기념비적인 작품에 도전하는 건 두려운 일인 동시에 나 자신을 깨어 있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며 “고전에 현대적 맥락을 덧붙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 가져오는 건 내 영감의 주요 원천”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