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감 / Slay

부산언니야

아기상어 0 245 2020.07.30 06:48

기숙사에서 1년을 함께 했던 방장언니는 부산언니야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쿨하고 건강한 미인이었어요. 

윗층에 과반 친구네 방장언니도 엄청난 미인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그 언니가 예쁘다고 했는데 

저는 우리 방장언니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언니는 그 예쁜 얼굴로

소개팅도 별로 나가지 않았고

이상한 그지깽깽이같은 남자들이 가끔 들이대면

그 강한 억양의 사투리로 대차게 무시했어요. 


방 안에서 심시티?! 게임만 하는 언니가 신기했어요. 


저와 룸메는 매일 밖으로 쏘다녔는데

성북구 안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온갖 곳을 쏘다녔는데

언니는 기숙사 안에서 게임만 했어요. 

언니는 언니의 도시를 만들고 싶었나봐요. 


그녀의 집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졸업한 이후였어요. 

티를 내지 않던 쿨한 언니 덕분에 나중에 알게 됐어요. 


부모님이 계신데도 가장 역할을 해야했던 언니는 

결국 20대 후반쯤 부산으로 내려갔어요. 


힘든 시간을 씩씩하게 이겨내왔던 언니에게

그 이전에 제가 느꼈던

엄마같은 따스함 대신 이제 아빠같은 묵묵한 강인함이 느껴졌어요. 


언니는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났고 따스한 시부모님을 만났고, 

아이를 키우는 지금은 매일매일이 전쟁 같겠지만 잘 살고 있어요. 


2년 전,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부산에서 장례를 치르고 영천 호국원에 모셨는데. 


부산에 있는동안 가깝다고 장례식장에 들러준 우리 언니야. 


저에겐 언니도, 사촌언니도 없지만 언니보다도 사촌언니보다 든든한

우리 언니야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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