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주변에 ‘귀족’으로 알려졌다.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문화·예술에 특히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클래식 애호가로, ‘풍월당’ 단골로도 유명하다.
조 전 장관은 문화·예술 사랑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그 때문인지 국내 문화체육계의 사령탑까지 올라갔다. 그런 조 전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구속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사랑했던 문화·예술을 탄압한 주변이 그 자신이라니.
조 전 장관 주변에서는 아직도 혐의를 믿지 못하는 시선이 많다. 고급스러운 취향, 풍부한 교양, 때로는 소탈한 모습을 볼 때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취향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평소 어떤 삶을 살았을까.
조 전 장관은 지난 제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활동했다. 선관위에서 ‘국회의원 조윤선 및 그 후원회의 회계보고서’를 받아 사용 내역을 훑어봤다. 조윤선 전 의원이 간담회 또는 협의자리의 접대 및 식대로 사용했던 식당을 전수 조사했다. 취향은 숨길 수가 없었다. 훌륭한 맛집 지도가 완성됐다.
1. 하누소
초선의원 간담회, 기자 간담회 등의 장소로 가장 많이 등장한 곳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서강대교만 넘어가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으로서 회식장소로 각광받는다. 다음에 등장할 장소와 비교하면 조 전 장관의 취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멀리 나가지 않고 주변에서 소고기 회식할 때 찾은 것으로 보인다.
2. 올라(OLA)3
조 전 장관의 사용내역을 훑어보면 다른 의원과 차별화된 점을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안 식당, 프렌치 레스토랑을 상당히 좋아한다는 점이다. 올라3는 조 전 장관의 이탈리안 맛집 중 한 곳이다. 올라3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주 찾는 KBS 본관 옆 식당가에 있다. 메뉴 하나당 2만 원에 달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맛은 꽤 괜찮다는 평이다.
3. 아 따블르 비스
스타 셰프인 김수미 셰프가 경영하는 식당 중 한 곳으로, 가성비 좋은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2층짜리 양옥을 개조해 2인 식탁이 4개 밖에 없을 정도라 예약이 필수라고 알려졌다. 현재는 폐업한 상태다. 단골이었던 조 전 장관은 ‘외교사절 초청 전문가 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이곳을 자주 찾았다.
4. 그란 삐아띠
서래마을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래마을 주민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유럽 레스토랑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매력이다. 이탈리안 가정식이 특기라고 한다. 메뉴 가격은 파스타가 2만 원대로 저렴하진 않다. 추천 와인이 좋다는 평이 많다.
5. 뚜르뒤뱅
‘와인으로의 여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와인 바. 역시 서래마을에 위치해 있고 그란 삐아띠와 가깝다. 치즈, 과일 등 간단한 안주와 맛 좋은 와인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와인만 전문적으로 팔고 있다. 매장에서 마실 것 말고도 와인을 사갈 수도 있다고 한다.
6. 싸리집
조 전 장관 결제 내역 중 가장 어울리지 않았던 곳이 싸리집이다. 싸리집은 보신탕 업계에서 ‘지존’으로 불리는 곳이다. 인기 비결로 ‘냄새가 없어 개고기를 기피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딱 9000원의 결제 내역을 봤을 때 탕 한 그릇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의 보좌진이 먹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평소와 동떨어진 결제 내역이었다.
7. 라미뒤뱅
국회의원은 여기저기 선물할 곳도 많다. ‘김영란법’이 통과되기 전에는 더욱 많았다. 그럴 때마다 보통 국회의원회관 기념품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따로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조 전 장관의 경우는 어떨까.
조 전 장관 역시 국회의원회과 기념품점도 자주 찾았지만 눈에 띄는 곳도 있었다. 바로 ‘라미뒤뱅’으로 와인만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조 전 장관의 와인 사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이곳은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조 전 장관 자신의 전 직장이자 남편이 근무하는 ‘김&장’ 옆이다.
김태현 기자 toyo@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