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10시 인천시 서구 K병원 장례식장 9호실. 하루 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납품업체 협력사 H사 대표 A씨(57)의 빈소다. 빈소는 A씨 아들 부부와, A씨의 누나, 남동생, 조카 등이 지키고 있었다. 회사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빈소에 들어서며 “이를 어째”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보였다. 유족들은 차분하게 조문객을 맞이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 남동생은 “형과 마지막 통화한 게 0시45분(2일) 이었다. ‘문제없다’ ‘괜찮다’고 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당일 아침 조카의 연락을 받고 형 집에 가보니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했다. 그는 “형이 많이 힘들어 했다는데, 얼마나 힘들었기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납품 지연에 따른 부담과 거래 업체 변경, 직원들의 고용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H사 직원 B씨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 기내식을 납품하던 ㈜LSG 스카이셰프 대신 ㈜게이트고메라는 업체와 새 계약을 맺었다. LSG 협력사였던 H사도 아시아나에 계속 납품하려면 이를 따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H사 전체 직원 250명 중 150명을 내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LSG와 계속 하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게이트고메와 계약했다.
이후 상황이 악화됐다. 신축 중인 게이트고메 공장에 불이 났다. 당시 불로 공사가 지연됐다. 아시아나는 임시방편으로 저가항공사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샤프도앤코와 3개월짜리 임시 계약을 맺었다. 음식을 기내식 용기에 담아 포장해 납품하는 H사로서는 작업 공간이 커야 했다. 하지만 샤프도앤코가 제공한 공간은 기존 공간의 3분의 1(3300㎡)에 불과했다. 어렵게 선택한 업체변경에 납품 지연까지 A씨의 부담이 컸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B씨는 “사장님께서도 숨지기 전 직원들과 함께 사흘을 꼬박 새웠다”며 "당일 ‘고생했는데 잠시 쉬었다 오자’면서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셨다”고 했다. 이어 “‘B 부장, 힘내자’는 말을 하고 가셨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직원들에게 ‘열심히 하자’ ‘고생 많다’ ‘파이팅하자’는 말로 격려해 주시던 분인데….”라고 말을 흐렸다.
[출처: 중앙일보] [단독] "내일 새벽까지 기내식 보내라"··· 喪中에도 막무가내 납품 요청
아니 상중 새벽에 한시간뒤 들어갈 물량 독촉을 해댈 정도면 평소엔 과연 어땠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