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차가 빠졌다…어민들, 재난영화 구조대처럼 운전자 살려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바다에 빠진 차량을 본 어촌주민들이 배를 몰고 가 차를 밧줄로 묶어 물에 가라앉지 않게 한 뒤 운전자를 살려냈다.
주민들은 이어 차량 창문 유리파편이 팔에 박히는 상황에서도 의식을 잃은 운전자를 차 밖으로 구출한 뒤 심폐소생술까지 시도해 운전자 목숨을 구했다.
지난 18일 오후 6시 50분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리마을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박진화(35)씨는 '펑'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밖으로 뛰쳐나갔다.
식당 앞바다 쪽을 보니 아우디 승용차 한 대가 바다에 빠졌고 차량 뒤쪽에 물살이 튀고 있었다.
박씨는 곧장 바다 쪽으로 뛰어갔고, 마침 정박 중이던 작은 어선에 무작정 올라탔다.
이때 마을주민 김을석(50)씨 역시 고함을 듣고 집에서 뛰어나와 박씨와 함께 어선에 올랐다.
다행히 어선에는 열쇠가 꽂혀 있었고, 김씨가 배를 10여m 몰아 차량 옆에 바싹 붙였다.
차량 앞쪽은 이미 절반 이상 물에 들어가 있는 상황.
일단 차가 가라앉는 것부터 막아야겠다고 생각한 박씨는 친구가 던져 준 밧줄로 차량 뒷문 손잡이를 묶어 배에 고정했다.
그러고 나서 차량 앞쪽을 살펴보니 40대 남성으로 보이는 운전자 A씨가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박씨와 김씨는 창문을 두드리면서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창문을 주먹으로 내리쳐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 옆에 지나던 다른 어선에 탄 마을주민들이 망치와 칼을 던져줬고, 두 사람은 창문을 깨고 안전벨트를 잘라냈다.
이어 김씨가 깨진 운전석 앞으로 팔을 넣어 A씨를 끌어내려 했으나 쉽게 빠져나오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자신의 상체를 차 안쪽으로 집어넣다시피 해 A씨를 차 안에서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깨진 유리에 긁혀 김씨 팔에 상처가 생기고, 유리파편이 박혔지만 김씨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운전자를 배 위에 눕혔다.
운전자는 숨을 쉬지 않고, 흰자위만 보이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했다. 수년간 낚싯배를 운영하면서 익힌 심폐소생술이 도움됐다. 10여 차례 가슴을 압박하자 운전자가 숨을 뱉는 듯한 소리를 냈다.
이어 박씨와 번갈아 심폐소생술을 하자 김씨가 마침내 의식을 회복했다.
두 사람은 배를 몰아 부두에 댄 뒤 일찌감치 이 광경을 본 마을주민들의 신고로 대기하고 있던 119구조대와 경찰에 A씨를 인계했다.
박씨는 "차를 목격하고 A씨가 의식을 차리기까지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라며 "당시에는 일단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고, A씨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27일 말했다.
구조 활동 과정에서 팔과 손가락 등에 상처를 입어 통원 치료까지 받은 김씨는 "그때 마침 마을주민 배에 키가 있어서 천만다행이다"라며 "구조 후 며칠 뒤 A씨 아내가 찾아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사흘가량 잠을 자지 못해 수면제를 먹고 차 안에 있다가 차량이 바다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