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공감 / Slay

"1천도 열기보다 뜨거운 동료애"..불길 속 뛰어든 소방관 ..

염동수 0 286 2016.11.15 15:37


화재진압 중 쓰러진 동료 구조 "소중한 생명 구했다는 데 감사"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는지 아찔합니다. 당시에는 쓰러진 동료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소방의 날을 하루 앞둔 8일, 세종소방서 한솔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김동철 소방위는 검게 그을린 방화복을 정리하다말고 지난 5월 30일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날 저녁 여느 때처럼 2인 1조 근무를 서던 중 갑자기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동료인 임문섭 소방위와 함께 부리나케 세종시 한 음식점 화재현장으로 향했다.

김 소방위가 운전하는 도중 옆자리 앉은 임문섭 소방위는 이미 장비를 챙겨 입은 상태였다.

화재 발생 15분여가 지난 샌드위치 패널 건물로 된 음식점은 이미 불길로 뒤덮여 있었다.

김 소방위가 차에서 내려 방화복 장비를 챙겨 입는 사이 '사람이 안에 있다'는 말에 임 소방위가 먼저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장비를 챙기고 건물 앞에 도착했으나 임 소방위가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에서 쓰러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 소방위는 "원래 2인 1조로 들어가야 하는데 급박한 상황에 임 소방위가 먼저 들어갔다가 나오질 못했다"며 "특수구조대원 2명 가운데 1명이 쓰러졌으니 혼자라도 들어가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건물 내 복사열을 최대한 적게 받으려면 기어서 임 소방위가 들고 들어간 소방 호스를 잡고 한 손으로 바닥을 더듬으며 들어갔다.

뜨거운 열기에 몸은 움츠러들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암흑 속에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이 춤을 추며 언제든 집어삼킬 기세였다.

김 소방위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샌드위치 패널이 걱정됐고, 목을 조여오는 연기에 숨쉬기가 힘들었다"며 "들어간 지 30초가 될 무렵, 귀가 따갑고, 엎드린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패널이 타며 내뿜는 1천도가 넘는 열기를 방화복으로 막기에는 역부족했다.

1천도 이상 고열에서 방화복 내부 온도는 30초 만에 24도가 치솟는다.

400도 열에도 5분간 견디게 제작된 방화복이지만 실제 체감하는 온도는 사람이 견딜 수준이 못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심해져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호스 끝에 달린 관창이 잡힐 때까지 건물 안으로 들어왔지만 임 소방위는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힘겹게 들어갔는데 임 소방위가 없어서 두렵고 허탈한 마음이 급습했다"며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열기가 밀려오면서 '나도 이제 여기서 못 나가고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순간 김 소방위 머릿속엔 각각 3살, 4살인 아이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발길이 저절로 움직여졌다.

그 때 바닥에 떨어진 손전등이 보였고, 구석에 쓰러진 임 소방위를 발견했다.

그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20kg에 육박하는 소방장비를 메고 실신한 키 170cm 중반의 성인 남성을 옮기기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렇다고 동료를 두고 나올 수는 더더욱 없었다.

김 소방위는 "이 친구를 살려야 나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간절했다"며 "한 손에 임 소방위 산소통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소방 호스를 잡으며 기어서 밖으로 나왔다"고 급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불길에 휩싸인 건물 안에서 동료를 구해 나오는데 1분 30초가량이 걸렸다. 김 소방위에게는 10년 같은 긴 순간이었다.

나오자마자 한 일은 온몸에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동료를 살리는 일이었다. 심폐소생술과 응급조치를 통해 동료에게 소중한 생명을 다시 불어넣었다.

이 사고로 임 소방위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김 소방위도 귀와 등에 각각 2도 화상을 입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김 소방위의 방화복은 화마를 견디다 못해 눌어붙었고, 산소호흡기 일부가 녹아내린 것을 본 동료들도 혀를 찼다.

김 소방위 덕분에 구사 회생한 임 소방위는 지난달 말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결혼도 못 하고 죽을 수는 없어서 결혼을 앞당겼다"며 "김 소방위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며 이 고마움을 시민과 국민에게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소방위는 "생사를 넘나드는 동료를 지켜보는 일이 힘들지만, 이렇게 또 한 명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이런 기분이 매번 힘들다고 느끼는 소방관 업무를 이겨낼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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