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나라 어떤 깡촌에서 태어났어요.
엄마의 고향도, 아빠의 고향도 아닌 곳.
6년이 좀 안되게 그 지역에서 자랐어요.
그런데 5세 정도에 특히 여자아이들은 더더욱 언어발달이 폭발하는 시기래요.
부모를 모방하는 것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표현을 하기도 하고요.
제 말투와 억양이 엄마 아빠를 모두 닮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 것 같아요.
평소에 나이많은 어르신들은 저에게 물어 보세요.
너 TK냐고.
신기했었는데, 대학 때 방언학을 배우면서
제 억양과 말투가 빼박 TK라고 느꼈어요.
지금도 꿈을 꾸면 그때 그 지역에서 어른들이 했던 대화들이
자꾸만 떠오르거든요. 그냥 아무것도 아닌 가벼운 인사들. 대화들.
어르신들이 저에게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있었죠.
대구는 태어나서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작년 회사 동기의 결혼식을 가느라 대구에 내려갔어요.
대구역 인근 백화점에서,
대구 언니야들의 상냥한 말투를 들으며 느꼈어요.
'아, 나는 빼박 TK구나'
30년만에 고향에 온 느낌이었습니다...
퓨-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