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짝사랑 (손인호, 1958)
노래 이야기 우리 가요 역사에는 '짝사랑'이란 제목을 가진 노래들이 참 많네요. 누군가를 남몰래 홈모하고 애를 태우는, 우리 모두 겪어보았을 법한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하기 때문일까요. 1936년 발표된 고복수 선생님의 '짝사랑'과 제 노래 '짝사랑'에 이어 이번에는 손인호 선생님의 '짝사랑'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손인호(孫仁鎬) 선생님의 노래는 앞서 들려드렸던 '비 내리는 호남선', '울어라 기타줄', '나는 울었네', '해운대 엘레지'에 이어 벌써 다섯번째 곡을 소개하게 되었네요. 생전 한 인터뷰를 통해 손인호 선생님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바로 이 '짝사랑'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일전에 노래 이야기를 통해 말씀드렸던 것 처럼 손인호 선생님은 '얼굴없는 가수'로 알려졌을 때에도 본업인 녹음 엔지니어의 길을 떠나지 않으셨지요. 1954년 '나는 울었네'를 박시춘 선생님께 받고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부터 '부업'인 가수로서 많은 명곡들을 남기셨습니다. '비 내리는 호남선', '하룻밤 풋사랑', '이별의 성당고개', '짝사랑', '물새야 왜 우느냐', '이별의 부산항', '청춘등대', '남행열차', '해운대 엘레지' 등 가요 역사에 길이 남을 보석같은 노래들이 손인호 선생님의 목소리로 녹음되었지요. 사모님께서 남편이 '딴따라'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얼굴을 알리지 않고 활동하게 된 것이 벌써 60여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칠순을 넘겨 출연하게 된 가요무대를 통해 본인의 얼굴을 알리게 되면서 늦은 나이에 팬클럽이 결성되어 모임까지 가지는 등 재미있는 이력들이 있기도 하지요. 2016년 소천하시기 얼마 전까지도 TV를 통해 노래하시는 모습을 뵐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잡는 손을 뿌리치며 돌아서는 그 사람아 너를 두고 짝사랑에 내 가슴은 멍들었네 네가 잘나 일색이냐 내가 못나 바보더냐 아 속 시원히 말을 해다오. 말 못하는 이 내 마음 몰라주는 그 사람아 네 얼굴을 볼 때마다 나도 몰래 정들었네 네가 잘나 뽐내느냐 내가 못나 싫은 거냐 아 속 시원히 말을 해다오" 짝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애타고 초조한 마음은 누구라도 매한가지이겠지요. 1989년 제가 발표한 '짝사랑'의 내용이 수줍어하며 상대가 다가와주길 바라는 여성의 기다리는 마음이라면, 손인호 선생님의 '짝사랑'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에 대한 원망과 하소연이 담긴 노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사가인 천봉(千峰) 선생님은 본명이 천상률로 부산을 대표하는 작사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연예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그 중 특히 한복남 선생님과의 인연은 명콤비로서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요. 그 전까지는 본업이 경찰이었는데 파출소장직을 미련없이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작사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한복남 선생님의 곡에 가사를 붙인 처녀작 '피란길 고향길'을 시작으로 '앵두나무 처녀', '엽전 열닷냥' 등 수많은 히트곡에 노랫말을 붙이셨지요. '짝사랑'이 발표된 것이 1958년이니 이제 60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짝사랑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어떤 짝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계시나요? 웃음 지으며 추억할 수 있는 애틋함일 수도 있고, 꺼내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손인호 선생님의 '짝사랑'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