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전화번호를 받아서 전화를 걸었는데 안 받으시네요"
A씨(57)는 잠든 아내 B씨(56)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다가 이같은 문자를 확인했다. 2021년 10월28일 새벽 4시쯤이었다. 17시간에 걸친 아내에 대한 추궁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A씨는 평소 B씨가 직장 동료와 연락을 주고받고 다툰 후 수차례 가출한 적이 있어 외도를 의심하고 있던 터였다. A씨는 이 문자가 아내 외도의 결정적 증거라고 여겼다.
A씨는 B씨를 깨워 추궁하며 말다툼을 시작했다. 싸움이 격화하자 A씨는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코뼈 골절 등의 상해를 가하기에 이른다.
아내 B씨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 이 지루한 싸움은 1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까지도 끝날 줄 몰랐다. A씨는 자녀가 귀가할 시간이 되자 더 이상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장소를 옮기기로 마음먹는다. A씨는 이불과 돗자리, 음식 등의 짐을 챙겨 B씨와 함께 차를 타고 인천 서구의 한 주차장으로 향한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차량 뒷좌석에 앉아 술을 마시며 말다툼을 이어갔다. B씨는 외도 사실을 지속해서 부인했지만, A씨는 믿지 않았다. 결국 격분한 A씨는 흉기를 들고 마주 보고 있던 B씨의 목 부위를 찔렀고, B씨는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이른다.
하지만 비극의 시작이 된 문자메시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잘못 보낸 것이었다.
A씨와 B씨는 1992년 결혼식을 올렸다가 2015년 위장 이혼한 후 동거 중인 사실혼 관계의 부부였다. 주 1회 이상 술을 마시던 A씨는 취하면 집 안에 있는 물건을 던지고 가정폭력을 행사했다.
2022년 3월 인천지방법원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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