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엔 등기 상 여러 건의 가압류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1순위 근저당이 말소기준등기여서 모두 소멸될 권리였다. 2회차 최저매각가는 5억400만원. 후배는 A씨에게 적정 입찰가로 5억3000만원 안팎을 제시했다. 관할인 서울중앙지법은 강남 경매물건이 많아 ‘경매꾼’들의 시선이 대부분 그쪽로 쏠리기 때문에 높지 않은 입찰가를 써도 낙찰엔 무리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다만 동률이 나올 수 있는 까닭에 입찰가격을 끝자리까지 써야 한다고 후배는 강조했다. A씨는 5억3520만원가량을 쓰면서 1원 단위엔 7을 적어 냈다. “패찰하면 인연이 아닌 거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후배의 마지막 조언이었다.
A씨가 중림동으로 이사한 뒤론 일대에 변화가 많았다. 서대문고가와 아현고가가 잇따라 철거됐다. 서울역고가 또한 서울로7017로 탈바꿈하면서 명소가 됐다. 환경이 개선되면서 집값은 낙찰가 대비 4억원 가까이 올랐다. A씨는 당장은 집을 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시세에 개의치 않는다. 그가 보람을 느끼는 부분은 따로 있다. “자녀들이 집이 가까워서 좋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서울에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으니까요. 20년 넘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