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 Humor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한 여성의 글

김슬기 0 313 2018.01.20 03:25

<82년생 김지영>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여성을 피해서사의 주인공으로만 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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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돈이 된다는 말처럼 요즘 서점가는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여러 권 포함되어 있다.?그 가운데?<82년생 김지영>은 수십만 권이 팔렸고 지금도 언론이 꾸준히 다루는 화제의 책이다.

이 책은 김지영이라는?82년생 여성(2017년 기준?36)?주인공이 태어나 사는 동안 겪은 여러 종류의 성차별을 실제 통계자료를 근거로 풀어낸 소설이다.?픽션이라 해도 통계와 당시 언론 기사들을 곳곳에 배치한 구성 때문에 현실 고발 논픽션의 기능도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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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여성,남성 불문 두 종류였다. “여자라면 누구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사례가 좀 극단적이어서 공감이 덜하다.?실제 이 정도까지는 아닌 거 같은데...”?소설인 듯 소설이 아닌 이 책이 궁금해서 읽어보았다.?어떤 면이 공감이 되는지,?공식 통계를 근거로 쓴 사례에 왜 극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지,?본문에 언급한 통계와 기사들의 원본 자료를 직접 찾아보았다.?그 덕에?<82년생 김지영>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와,?뭔가 찝찝하다고 했던 여성들이 가진 불편함의 이유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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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거기서 끝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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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씨가 졸업하던?2005,?한 취업정보 사이트에서?1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채용 비율은?29.6퍼센트였다.?겨우 그 수치를 두고도 여풍이 거세다고들 했다.(동아일보)

같은 해?50개 대기업 인사 담당자 설문 조사에서는?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대답이?44퍼센트였고,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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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 구절이다. 2000년대 중반 우리 사회의 성차별 지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문장이다.?내가 만난 여성도 저 대목을 읽고 우울해졌다고 했다.?나도 그랬다.?어떻게 단 한 명도 없을 수가 있을까.?어떤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궁금해 하며 원본 기사를 찾아보았다. 2005년?7월?11일자, <연합뉴스>를 받아 쓴 <한겨레> 기사다.?기사의 전문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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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 시 외모·성차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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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시 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외모도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대학생 인터넷신문?'투유'( www.tou.co.kr )가?50개 대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44%를 차지한 반면?'여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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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는 응답은?5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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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지망생?5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68%가?'성적이 비슷할 경우 남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답한 반면?'여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응답은?9.1%에 그쳤다.?'비슷한 조건이라면 외모가 나을수록 유리하다'는 응답 비율이 인사 담당자의 경우?50%를 차지했고,?취업준비생의 경우?'외모가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9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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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성적이라면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는 인사담당자의?74%'상관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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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 출신과 지방대 출신 간 업무 능력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76%가?'별 차이가 없다'고 답했고?'이런 차이가 있더라도 신입사원 채용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응답이80%를 차지했다.?반면 취업지망생의 경우?80.2%가?'비슷한 성적이라면 명문대 출신이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고?'수도권 대학 출신과 지방대 출신 간 차이가 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도?76%를 차지했다. '학업성적이 실제 업무능력으로 이어지느냐'는 질문에는 인사 담당자의?70%가?'관계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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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자와 졸업예정자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졸업예정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이?52%, '상관없다'는 응답이?46%를 각각 차지한 반면?'졸업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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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 평가 시 중시하는 요건으로 창의적 사고력(43%)과 협동성(33%)을 주로 들었고,?최근 채용된 신입사원들에게 부족한 점으로는 책임감(19.4%),?애사심(14.3%),?직장 내 예절(7.1%)?등을 지적했다.

학력 외에 중시하는 경력으로는 자원봉사.?아르바이트 등 사회활동경력(44%),?해외유학경력(24%),?수상경력(14%)?등을 꼽았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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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여성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로 끝나지만 기사에서는 바로 다음 구절에?“'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다'는 응답은?56%였다.”는 구절이 이어진다.?인사담당자?56퍼센트가 같은 조건이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계없이 채용하겠다는 의견을 말했음에도,?여성 선호가 한 명도 없었다는 구절만 언급하고 거기서 끝낸다.?여성들은 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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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활용한 기사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특히 언론은 대개 극단의 수치를 뽑아 선정적으로 활용한다.?위 기사에서 볼 수 있듯 원 설문조사에서는 취업준비생과 실제 인사담당자들의 인식 차이를 들여다 볼 수 있다.?성별,?외모,?학벌,?지방대,?졸업유무 등 여러 요인에 관한 질문을 던져 취준생이 느끼는 불안감이 현실과는 간극이 있으며,?실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조언하는 내용이다.?그런데 기사는 "성별,?외모차별이 여전하다"를 타이틀로 뽑는다.?실재하는 차별을 입증하는 조사가 아니라 인식에 대한 설문인데도 그렇다.?이 기사의 선정적인 구절은 다시?<82년생 김지영>의 본문처럼 심각한 성차별 사회라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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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목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글의 뉘앙스는 달라진다.?컵에 물이 반이나 있는지,?반밖에 없는지의 차이처럼,?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적어도 성별 선호 없이 공정하게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학벌보다는 실력,?창의력 등을 중요시 여긴다고 답했다.?또 남성을 선호한다는?44퍼센트 답변 역시 들여다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낫다는 우열의 개념은 아닐 것이다.

여성들 자신이 절실하게 경험하고 있는 경력단절이라는 리스크.?결혼,?출산,?육아로 인해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인재를 굳이 감당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존재할까.?그 현실을 반영한 답이라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44퍼센트라는 수치를 변화시키려면 지금처럼 사회문화적으로 압박하고 제도가 강제해야 가능한 일이다.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

소설 속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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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부터 지금까지 남자 동기들의 연봉이 쭉 더 높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대한민국은OECD?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남성 임금을?100만원으로 봤을 때?OECD?평균 여성 임금은?84만?4천원이고 한국의 여성 임금은?63만?3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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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국?<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국 중 최하위 순위를 기록해,?여성이 일하기 가장 힘든 나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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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성별임금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는 사실이다.?그런데 이 통계 또한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른 문제들이 있다.?최근?82년생 김지영들의 현실을 전면으로 다룬 <한겨레>의 기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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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해결할 길 없어 일 포기” 82년생 김지영들의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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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경제활동참가율?93.4%지만?/?여성은 독박육아 탓에?59.8%

동년생 남성보다 월급?67만원 적고?/?아이 낳으면 사실상 퇴사 내몰려

부모가 아들과 차별없이 공부시킨 세대?/?대졸 고학력으로 사회에 나왔지만

여성에게 덧씌워진 겹겹의 굴레에?/ 2017년 대한민국의 김지영들은 오늘도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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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들은 성별에 따른 교육기회의 차별이 거의 사라진 시대에 태어나 고학력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두명 중 한명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포기한다.?전업주부의 삶을 선택하더라도 성취감은 사라지고 자존감은 무너져 우울감에 시달린다.?직장을 계속 다니더라도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육아 책임자로서 하루하루 버텨내며 살아간다.

...근속기간·노동시간 등을 따지지 않고 단순 비교할 경우,?김지영들의 월평균 임금은?219만원으로, 82년생 남성(286만원)보다?67만원 적었다. (2017. 11. 15일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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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접하는 성별임금격차의 의미는 같은 일을 하고도 여성은 남성의 60퍼센트 밖에 못?받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주장하는 여성주의자들도 있다.?나는 아니더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다른 여성들은 그런 차별을 받고 있으려니 생각한다.?여성이 차별받는다는 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고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사실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성별임금격차는?근속기간,?노동시간 등을 따지지 않고 전체 여성임금과 남성임금의 평균을 단순 비교한’?임금의 격차다.?그런 변수들을 통제한 후 다시 분석했을 때?3~4퍼센트 이내로 격차가 좁혀진다는 연구결과들이 외국에는 존재하고,?한국의 여성정책 전문가도 설명되는 변수들을 해결해도 남는?4퍼센트 정도의 격차를 언급한다.?이?4퍼센트야말로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차별로 해석할 수 있고,?문화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임금격차의 수치를 강조하는 매체들일수록 이런 이야기는 의미 있게 다루지 않는다.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93.4%인데 여성은 독박육아 탓에?59.8%이라는 기사 내용처럼 경제활동 참가자 수가 훨씬 많고,?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간과 근속기간에서 여성과 남성은 차이가 크다.?이런 변수들을 통제한 후 나온 결과가 본래 의미로는 정확하지만,?통제되지 않은 변수들에서 성별격차의 주요한 요인들을 알 수 있으니 이 또한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그러나 성별임금격차 문제는 우선 평균임금 단순비교보다 더 정확한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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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련 통계 해석의 오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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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통계청이 주최한 '통계바로쓰기 공모전'에서는 성별임금격차 통계의 오류를 지적한?대한민국의 성별 임금 격차에 숨겨진 진실이?1위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주제 셋 중에도?한국 남녀 임금격차 꼴치 통계의 왜곡 해석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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