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말고 체험하세요” 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과의 유쾌한 인터뷰
½층, 1층, √2층, 2층, 3층. 서울시립과학관은 층수도 과학관스러웠다. G,O,B,R 전시실과 여러 실험실도 있었는데, G전시실은 자연 즉 ‘공존’을 나타내는 녹색, O전시실은 적당히 따뜻해서 ‘생존’하기 좋은 주황색, B전시실은 푸른 지구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교통 등을 나타내는 푸른색, R전시실은 우리 몸을 돌고 있는 피와 같이 ‘순환’을 나타내는 빨간색이다. 짐을 보관하는 사물함 또한 계산기나 화학기호표로 만들었다. 돌아보는 곳마다 과학이 연상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시립과학관 전경과 ½층, 1층, √2층 등으로 표기된 모습 ⓒ 김규리
지난 9월 1일, 내 손안에 서울 청소년기자 8명이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정모 관장은 생화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많은 과학책을 쓰고 여러 사람들에게 과학을 알리기 위해 강연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어렵고 무서울 거라는 생각과 달리 푸근한 인상으로 기자들을 맞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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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별로 나눠진 전시장 ⓒ 김규리
Q. 서울시립과학관 활용법이 따로 있을까요?
그런 게 어디 있나요.(웃음) 과학관을 처음 만들 때부터 많은 것을 알아가기를 바랐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 과학관에 왔을 때 뭘 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좀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5개의 실험실이 있으니까, 과학관에 와서 실험도 하고 체험도 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Q. 다이나믹 토네이도 발생기 등 과학관에 새로운 전시물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요. 전시물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과학관 근무자들이 아이디어를 냅니다. 다이나믹 토네이도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냐면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건 기후변화지만 기후변화는 기본 30년을 단위로 하는 것이라서 과학관에서 그 변화를 느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기후변화의 상징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토네이도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컴퓨터상으로는 시뮬레이션이 되는데 실제로는 안되더라구요. 결국 하나하나 바꿔가며 시행착오 끝에 만들게 됐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무엇이 빠졌을까 생각하고, 그것을 어느 규모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까를 다 같이 모여서 정하고, 계속 실험해보는 거죠. 과학관에 있는 대부분의 전시는 어디서 사올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시간이 많이 걸려요. 토네이도의 경우는 2년 걸렸어요.
내 손안에 서울 청소년기자들과 이정모 관장?
Q. 관람객들을 위해 현재 새롭게 만들고 있는 전시물이나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전시물이 어떤 것인지 짧게 소개해주세요.
가장 최근에 만든 건 토네이도고 지금 새롭게 만들고 있는 건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인 어린이 과학관이에요. 청소년과학관이지만, 어린이들도 찾고 있어서 아예 린이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작은 천문대가 올해 안에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주로 태양의 흑점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어요.
Q. 과학관을 둘러봤는데 다른 전시관보다 의자가 많았습니다. 어떤 것을 고려하신 건가요?
대부분의 과학관은 보는 곳이에요. 쭉 서서 전시물을 보다가 사진 멋있게 찍고 가는 곳이죠.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했어요. 과학관은 ‘보는 곳’이 아니라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다는 건 시간이 필요한 거에요. 그러니깐 앉아야 해요. 앉아서 끈기있게 그곳에 있는 설명을 읽어보고 작동해보고 그런거죠. 40분씩 걸리는 전시물도 있어요. 데카르트와 뉴턴의 대칭이동, 반사 게임은 40분 정도 걸려요. 그런데 그걸 실제로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래서 끈기있게 해보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의자들을 많이 갖다 놓았어요.
?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전시물들 ⓒ 김규리
Q. 서울시립과학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는지 알려주세요.
지금까지의 과학관은 보는 곳이라고 했잖아요. 그 중 일부의 과학관이 보는 곳에서 배우는 곳이 되고 있어요. 대표적인 곳이 과천과학관이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같은 데죠. 하지만 거기에 하나 더 필요한 게 있어요. 바로 직접 해보는 것이에요.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시민들이 직접 과학을 하는 곳이에요. 수십만 명이 와서 관람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중요하고, 배우는 것보다 실제 실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거든요. 결국 그런 모델을 정확히 만들고, 이 모델이 다른 과학관으로 퍼져나가는 게 중요한 거죠. 우리 과학관이 그런 모델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정모 관장이 표본 수집, 전시, 교육, 연구 등 과학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할 만큼,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교육과 실험 분야에서 참여율이 청소년이 70%, 성인이 20%, 어린이 7~8% 정도라 할 정도로 이곳은 많은 청소년들이 과학을 경험하는 곳이다.
“부딪쳐라. 해봐라” 청소년 기자들이 조언을 구하거나 추천을 해달라고 할 때마다 이정모 관장은 직접 해보라고 말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느끼라는 것, 그것이 이정모 관장이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인 듯 했다. 과학관 곳곳에서도 그런 생각들이 느껴졌다. 다음에 서울시립과학관을 둘러본다면 좀 더 느리게 천천히 전시물을 체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