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된 집이 이렇게 바뀌었어요! 마포 ‘꿈 꾸는 집’ 방문기
대다수의 저소득층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마포구는 주택을 매입한 후 주거위기 취약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기금을 설치해서 운용하는 등 임시거소 및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기 위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MH마포하우징사업’이라고 한다.
특히 임시거소 운영은 당장 거주할 곳이 없는 주거 취약계층에게 한시적으로 거주할 곳을 마련해서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 임시거소에 머무는 동안 LH, SH공사 등과 긴밀한 협력으로 임대주택 등을 연계함으로써 주거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 지원이다.
여기에 ㈜크레프트제이가 가세했다. 실내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크레프트제이는 최병석, 서경익 공동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사회 공헌활동의 목적으로 직원들이 가진 재능을 나눔 하자는 것에 뜻을 모았다. 두 대표는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번 만큼 기부하자. 이왕이면 우리가 가진 인테리어 재능을 시공하면서 나눠주자”라고 말했다. 크레프트제이와 협업하는 10여 곳의 하청업체도 크레프트제이의 좋은 취지를 알고 기부 차원에서 선뜻 동참해 주고 있다.
가장 잘하는 일이 인테리어인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일로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이른바 집수리다. ‘꿈과 희망 나눔, 집 고쳐주기 후원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일회성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취약계층의 세대를 선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취약계층은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데다가 선의로 집수리해 주겠다고 하니 의심부터 하는 상황이어서 일이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마침 마포구에서 MH마포하우징사업을 하고 있다는 말에 마포구청을 방문했다. 마포구청도 구청의 예산으로 취약계층의 임시거소를 마련하기 위해서 관내 기업과 협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서로 의견이 하나로 모였다. 민관 협력인 셈이다.
장마철 잦은 폭우로 침수가 진행되어 저소득 다문화 가족이 난처한 상황에 부딪혔다. 크레프트제이는 지난 8월 13일부터 시작해서 15일간 내부 리모델링을 해서 1호 집의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집을 대상으로 주방, 도배, 장판을 기본으로 하되 화장실, 외부 벽 누수, 방수 작업까지 끝마치느라 보름의 시일이 걸려야 했다. 도배, 장판, 주방만 수리하면 평균 1주일이 걸린다. 그런데 지하에 있는 집은 시일이 더 걸린다. 그 이유는 바닥 장판을 다 뜯어낸 뒤 곰팡이를 제거하고 습기를 말리는 작업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바닥의 습기를 완전히 건조하면 방수제를 바르고 장판을 깔아야 한다. 그래서 지하의 집은 최소 15일이 걸려야 공사가 끝난다.
현재 2호 집을 선별 중이다. 판잣집처럼 누추한 집 거주자를 찾고 있다. “판잣집인데 수리해서 무슨 의미가 있냐?”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판잣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단 하루를 살아도 쾌적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2호 집을 수리하고 내년엔 30호 집까지 수리할 목표를 갖고 있다.
크레프트제이는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포구청에 두 가지를 요청했다. 먼저 지속적인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마포구와 크레프트제이가 협약할 것과 함께 공사를 끝낸 가정에 쌀 등 생필품을 기증하는 것이다.
내친김에 크레프트제이의 최현석 본부장과 함께 MH마포하우징사업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된 ‘꿈꾸는 집 1호’를 방문했다. 다세대 주택이 밀집된 골목 입구의 지하에 있었다. 현관 옆에 ‘꿈꾸는 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말 그대로 이 집에 거주하면서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를 담고 있다. 현관 옆에 지저분하게 쌓여 있었던 물건들도 정리 정돈해서 깔끔해졌다. 우산꽂이도 두고,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수납장은 자물쇠를 달아두었다.
현관 옆에 쌓여 있던 물건들을 정리 정돈해서 깔끔해졌다 ⓒ윤혜숙
1호 집을 수리하기 전 크레프트제이 측은 집을 살펴보면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여기에 거주자의 요구 사항을 접수해서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 지금의 집으로 수리했다. 주방 싱크대, 화장실 타일까지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교체했다.
화장실 타일도 낡은 것을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했다 ⓒ윤혜숙
집주인의 허락을 받은 상태에서 집 내부를 둘러보았다. 1호 집 거주자는 밝은 표정으로 필자를 반겨 맞아주면서 이곳저곳 사진을 찍을 것을 요청했다. 그만큼 지금 거주하는 집에 자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세대 주택의 지하인데도 마치 아파트 안에 들어온 것 같다.
실내 벽지를 하얀색으로 꾸며서 어둡지 않고 밝아 보였다. 지하에 있는 집이어서 특별히 실크벽지를 발라서 습기에 강하다고 했다. 주방, 방, 화장실을 차례대로 둘러보면서 장마철에 물이 새는 집이었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집안이 쾌적하게 바뀌어 있었다.
크레프트제이의 최현석 본부장이 MH마포하우징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윤혜숙
필자가 만나본 최현석 본부장은 “회사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직원들의 재능 기부로 마포구 공약인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좋은 취지를 알고 동참해 주는 여러 업체가 있어서 감사하다”라면서 “이 사업을 오래 지속해서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주위에서 응원해 달라”라고 말했다. 민관이 협력해서 이루어내고 있는 성과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은 비단 마포구에만 필요한 게 아니다. 마포구를 넘어서 전 자치구로 확산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