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생설계학교, 참여자에서 운영자가 될 만큼 빠졌어요”
나만 몰랐어! 서울청년지원사업 ③ 청년인생설계학교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가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원하던 삶은 이게 아닌데’하고 느낄 때가 있다. 인생은 계획한 대로 척척 진행되는 게 아니고, 나 스스로도 내 자신을 완전히 알지 못하니 어쩌면 당연한 경험일지 모른다. 청년인생설계학교 프로그램 참여자인 장소라 씨를 통해 청년인생설계학교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청년인생설계학교는 자기 탐구와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형 갭이어 프로젝트다ⓒ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요즘 청년들은 흘러가고 있던 인생의 방향을 조금은 내가 원하는 길로 틀어보기 위해 ‘갭이어(Gap year)’를 보낸다. 갭이어는‘스스로 탐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삶의 경로를 찾아보는 기간’이다. 청년인생설계학교는 청년들이 서울청년의회를 통해 서울시에 직접 제안하고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사업으로, 자기 탐구와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형 갭이어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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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인생설계학교 참여자에서 운영자로 활동하고 장소라 씨 ⓒ장소라
청년인생설계학교 200% 이용 꿀팁!
지난 해, 2기를 맞은 청년인생설계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간 뒤 올해는 운영자로 돌아온 장소라 씨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웃는 인상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어색할 수도 있는 인터뷰 현장의 분위기를 환하게 밝혀주었다.
장소라 씨는 2019년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프로진로고민러’, ‘청년 마음치유 프로젝트’, ‘연결과 사유의 방’, ‘청년요양원’, ‘섬마을 인생학교’, ‘자율기획 프로젝트’ 등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누구보다 청년인생설계학교를 즐겼다고 할 수 있다.
작년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가 열리던 무렵, 장소라 씨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여름학기에 참여하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고, 일에 몰입해있던 일상에 틈을 만들고 업무 외에 다른 것들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가을학기에는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자율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청년인생설계학교를 통해 진정으로 나를 성찰하고 인생의 경로를 재탐색하게 된 것이다.
‘연결과 사유의 방’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민들레’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추천 프로그램 ① ‘연결과 사유의 방’
장소라 씨가 특히 만족한 프로그램으로 꼽은 것은 ‘연결과 사유의 방(이하 연사방)’이다. 연사방은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국어, 수학 같은 각각의 과목으로 존재한다면, 이것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맥락을 잡아주는 프로그램이다. 연사방에서는 8~10명 정도의 소그룹을 이루어 길잡이의 도움 하에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다른 프로그램들에 참여하며 느낀 점 등을 이야기하고, 길잡이가 던져주는 질문에 대해 서로 생각해본 뒤 대화를 나눈다. 각자 이렇게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 놀라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어가기도 한다.
연사방에는 청년인생설계학교에 참여하기 전까지 전혀 접점이 없던 낯선 사람들이 모이지만, 어떤 말이든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고 장소라 씨는 말한다. 첫 시간에 참여자 스스로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정하고 서로를 그렇게 부른다. 얼마든 솔직해져도 되고, 난감한 질문에는 꼭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곳이다.
장소라 씨는 직장인으로서 연사방에 참여하느라 프로그램이 있는 월요일마다 퇴근 후 역삼에서 성북으로 분주히 이동해야 했지만 전혀 힘들거나 지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간이 기다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월요일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었다.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연사방에서 대화하는 시간이 즐거워, 2시간이 늘 부족했다고 회상했다.
‘연결과 사유의 방’에서 대화하는 2시간은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추천 프로그램 ②‘자율기획 프로젝트’
여름학기를 통해 질문을 수집했던 장소라씨는 가을학기의 자율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려보고 싶었다. 회사에서는 결정권자가 따로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안에서 온전한 주체성을 발휘하기 어렵다. 하지만 자율기획 프로젝트는 내가 원하는 대로 직접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가을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은 시점, 진로도 다시 설정해보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고.
‘자율기획 프로젝트(2020년 커리큘럼 기준, 프로젝트 코스)’는 청년들이 인생에서 가보지 않았던 길에 도전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장소라 씨의 자율기획 프로젝트는 “26년산 ‘포기’를 ‘포기’하기”였다. 인생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는데, 마음은 가지만 현실적으로 배제하게 되는 선택지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해온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담긴 주제였다.
장소라 씨가 청년인생설계학교에 대한 경험담을 올린 ‘브런치’ 글 ⓒ장소라
장소라 씨는 이 기회로 에디팅, 브랜딩 등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았고, 인터넷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자율기획 프로젝트를 포함한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의 경험을 ‘한 사람’의 궤적으로서 정리해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한대로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실패는 실패대로 참여자에게 값진 경험을 주었다. 프로그램 참여자는 멘토로부터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을 받게 되고, 소그룹으로 한 달에 세 번 다른 참여자들과 만남을 가져 의욕을 북돋고 조언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자율’기획 프로젝트지만 프로젝트를 하는 20명의 기획자가 서로 연결되고 지지가 되어주는 네트워킹 체계가 잘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갭이어의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은 소속이 없는 상태에서 취업에 직결되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나 장소라 씨는 퇴사를 했지만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보다 여유를 가지고 갭이어를 보냈다. 덕분에 그 시간 동안 ‘나’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하고난 뒤 다음 직장을 결정할 수 있었다.
청년인생설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섬마을 인생학교ⓒ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청년인생설계학교 참자에서 운영자로 돌아오다!
장소라 씨는 가을학기를 마친 후 2020년 버전의 진로 설계도를 구상했다. 커리어와 조직문화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함께하고 싶은 조직을 찾았다. 그러나 청년인생설계학교와의 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장소라 씨가 청년인생설계학교 참여 경험과 느낌을 글로 쓴 ‘브런치’를 본 운영자의 제안을 통해 ‘연결과 사유의 방’ 운영자로서 함께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사방의 운영자는 ‘길잡이’라고 불리며,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남기고 대화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장소라 씨는 길잡이로 연사방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연사방에서는 인생에서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주제를 가지고 ‘핫소스’라는 강연 프로그램을 제안했는데, 하나의 강연을 듣고 각기 다른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다채롭고 재밌다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다보니 내가 살아온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이 연결되고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예상하지 못한 관점과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소중하다고. 한편으로 연사방 운영자로서, 참여자들이 대화를 통해 ‘나’에게 집중해보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프로그램은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해를 거듭할수록 더 발전하고 있다 ⓒ전슬기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내 인생’ 어떻게 찾을까?
청년인생설계학교는 단순히 직업적 진로를 찾고, 취업을 도와주는 곳은 아니다. 청년들에게 취업과 성공을 위한 멘토링이나 상담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인생의 초입에서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삶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청년들의 니즈와 참여자, 운영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 청년인생설계학교의 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발전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커리큘럼에서 변화가 있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지만 손색없게 탄탄한 커리큘럼이 준비되어 있다.
현재는 여름학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가을학기 모집이 8월 18일-9월1일까지 진행되니 관심 있는 청년들은 적극 신청해보기 바란다.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할 지 막막한 청년도,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운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