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한용운의 발자취를 따라서…
시인 이육사와 한용운이 살았던 성북구는 독립운동의 열기가 높았던 곳이다. Ⓒ박세호
성북구는 문화전통이 풍성한 지자체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들의 삶의 자취가 서린 유적지가 많다. 이번 나홀로 답사여행은 보문1교(보문 동센터 마당 앞) 아래 만세운동 벽화를 감상하고, 종암동센터 맞은편 ‘문화공간 이육사’의 3개층 전시장을 취재한 후,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에 들러 광복의 기쁨을 새겨 보았다.
“보문동 성북천변 독립운동 벽화 산책로”
벽화와 더불어 오른쪽에 ‘광고’ 격문을 산책로에 내걸었다. Ⓒ박세호
지난 6월 23일 보문동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성북천변의 만세운동 벽화와 당시 배포되었던 격문이다. 1919년 3월 24일 성북동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이틀 뒤 3월 26일 오전 3시부터 6시 사이 신설리(현 보문동)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났다. 26일 밤 200여 명의 군중이 만세운동을 하며 전차에 투석을 했고, 3월 27일에는 500여 명이 만세운동에 참여하였다. 대단한 용기와 투쟁의식의 발로였다.
벽화와 함께 게시된 광고 ‘격문’은 일제에 저항하는 의지를 담아 “근처 여러 동리 사람들은 진정 불쌍하고 가엾도다. 너희는 국가도 모르고 벙어리도 아닌 바에 어찌 대한제국 독립만세를 부를 줄 모르는가?”라고 묻는다. 주민들이 100년 전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애향심을 고취하며 벽화와 광고 격문을 산책로에 그렸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시인의 삶의 터전 ‘문화공간 이육사’
해방을 한 해 앞두고 중국 베이징 감옥에서 세상을 떠난 이육사(1904년-1944년)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안동과 포항(1936년 잠시 머뭄)에 ‘이육사 문학관’과 시비와 공원이 있다. 그런데 성북구 종암동에도 새롭게 ‘문화공간 이육사’가 문을 열었다. 1939년부터 성북구 종암동 62번지에 거주하며 대표작인 ‘청포도’를 발표한 문학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수년간 이곳에 살면서 딸 이옥비를 낳는 행복과 양친을 잃는 슬픔을 모두 겪었다. 희노애락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시인의 삶의 터전이었다.
‘문화공간 이육사’ 각 층의 이름은 이육사의 대표적인 시에서 가져왔다. 1층 청포도 라운지는 이육사와 성북구 역사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휴게공간이다. 2층 광야 상설전시실에선 자료와 영상을 통해 이육사의 활동과 작품을 확인한다. 이육사의 시를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다.
시인 이육사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을 되새겨본다. Ⓒ박세호
계단을 따라 일제의 압박에서 굴하지 않았던 시인의 생애 40년을 따라가 본다. 3층은 기획전시실 및 커뮤니티 공간이다. 식민지 애환을 함께 느끼며, 문학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옥상정원에는 이육사가 머물렀던 장소의 방향과 거리가 새겨져 있는 의자에 앉아보기도 하고 기념촬영도 해본다. 문화공간 이육사에서는 상설전시와 동시에 기획전시와 시민강좌, 영화 상영, 문화행사 등 체험프로그램이 수시로 실시된다.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1904년-1944년)의 본명은 ‘이원록’이다. 항일운동을 이유로 십여차례 모진 옥살이를 겪었다.
이육사는 퇴계 이황의 직계 후손으로, 조부로부터 한시를 배워 한학에 조예가 깊고 선비정신이 투철했다. 우리의 옛것을 지키고 외세의 개입에 철저하게 저항했다. 39세이던 1942년 충칭과 옌안을 오가며 국내에 무기를 반입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난다. 하지만 1943년 7월 귀국했을 때 붙잡혀 베이징으로 압송되고, 이듬해 1월 16일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육사의 시신은 친척이자 여성독립운동가인 ‘이병희’가 수습했다. 이육사는 지사적 실천과 시적 실천 모두가 저항의 방향을 띤 유일한 시인이었다.
기획전시인 ‘아는 동네’ 전시회가 8월 29일까지 열린다. Ⓒ박세호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 상태였다가 최근에 다시 재개관한 문화공간 이육사에서는 과거 종암동의 이야기를 담은 기회전시 ‘아는 동네’가 열리고 있다. 동네를 소재로 다양한 매체를 혼합해 흥미로운 사진과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29일(토)까지 열린다.
■ 문화공간 이육사
○ 위치 : 서울 성북구 종암로21가길 36-1
○ 교통 : 고려대역 3번 출구에서 15분 걷거나, 버스 두 정거장 종암동센터 하차
○ 관람시간 : 화~토요일 10:00-18:00 (휴무일 : 일요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법정 공휴일)
○ 문의 : 02-928-0264
만해 한용운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심우장’
심우장은 소를 찾는 일에 비유한 불교설화에서 유래한다. Ⓒ박세호
문화공간 이육사에서 5km 남짓 거리인 성북동 북정마을에는 한용운 유택 ‘심우장’이 있다. ‘님의 침묵’의 만해 한용운(1879~1944)은 불교계의 독립운동가이며 우리나라 근대 문학에 큰 업적을 남긴 시인이다. ‘심우장(尋牛莊)’은 만해가 1933년부터 입적한 1944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한용운은 끝까지 일제와 타협하지 않았으며, 총독부 청사를 마주보기 싫어 심우장을 북향으로 지었다.
뮤지컬 ‘심우’는 성북구에 연고를 둔 극단 ‘더늠’(대표 차지성)이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시절 일화를 발굴, 창작한 작품이다. 2014년 초연 이후 성북구의 대표적 문화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7월 공연 종료) 뮤지컬의 내용은 이렇다. 1937년 봄 만주지방의 항일무장투쟁을 이끌던 독립운동가 김동삼 선생(1878~1937)이 1931년 하얼빈에서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모진 고문 끝에 1937년 순국하였다. 신변의 위험을 무릎쓰고 만해가 선생의 시신을 수습하여 심우장에서 5일장을 치르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서슬 퍼런 일제경찰 감시 하에 조문객은 불과 20여 명뿐이었다.
만해 한용운이 살았을 때나 별 다름 없는 소박한 모습을 간직한 심우장 Ⓒ박세호
■ 심우장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29길 24
○ 관람시간 : 09:00 – 18:00
○ 입장료 : 무료
서울문학기행 8/9월 답사 참여로 더 알차게!
필자처럼 혼자 코스를 짜서 답사할 수도 있지만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하는 ‘서울문학기행’에 참여할 수도 있다. 지난 7월 시작된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의 ‘2020 서울문학기행’이 마침 8월말과 9월초 프로그램으로 각각 이육사와 이태준 유적지 답사로 구성된다.
문학작품 속 서울을 찾아떠나는 서울문학기행의 5회 답사는 이육사의 ‘광야’로 8월22일(토) 오후 3시 청량리역에서 집결해 출발한다. 8월17일~21일까지 선착순 20명의 신청을 받으며, 청량리역~홍릉~종암동 문화공간 이육사~청포도 시비~북바위 둘레길 코스를 둘러본다.
서울문학기행 시 수연산방에서 대화와 다과를 즐길 수 있다. Ⓒ박세호
서울문학기행 시 최순우 옛집의 방안을 둘러보며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본다. Ⓒ박세호
6회 답사는 이태준의 ‘달밤’으로 9월5일(토) 실시된다. 신청 기간은 8월31일~9월4일이며, 최순우 가옥~조지훈가옥~간송미술관~이태준 수연산방~심우장 코스를 간다. 현장참여가 어렵다면 집에서 ‘어반 TV’ 유튜브 실시간 중계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때는 수연산방, 간송미술관, 최순우 옛집 등 더 많은 코스를 순방할 수 있다.
■ 2020 서울문학기행
○ 일시 : 2020. 7. 11. ~ 2020. 10. 3.매주 토요일 15:00-18:00
○ 참가인원 : 매회 선착순 20명, 서울시민 누구나 (현장접수 불가)
○ 신청 : 서울시공공예약서비스
○ 문의 : 02-772-9069 (서울도시문화연구원)
○ 유튜브 생중계 보기 : 어반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