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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수놓은 현대미술…’서울로 미디어캔버스’

서울로 미디어캔버스는 미디어아트와 영상, 콘텐츠 등 전자적 빛으로 이뤄진 예술작품을 지속적으로 전시하는 예술 플랫폼이다. 서울로7017과 만리동 광장 인근에서 우리은행 건물 벽면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쉽게 조망할 수 있다. 낮에는 화면이 잘 보이지 않지만, 해가 지면 가로 29m, 세로 7.7m의 거대한 미디어스크린이 빛을 발한다.

만리동 광장 우리은행 건물 벽면에 설치된 서울로 미디어캔버스는 밤이면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만리동 광장 우리은행 건물 벽면에 설치된 서울로 미디어캔버스는 밤이면 미술관으로 변신한다. Ⓒ박혜진

밤에 더욱 빛나는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전시

서울로 미디어캔버스에서는 지난 6월 21일부터 ‘2020년 두 번째 기획공모 개인전 1부 전시’가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19일까지 매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작품이 상영될 예정이다. 기획공모 개인전은 지난 4~5월 공모에 접수한 62인의 작가 중 심사를 거쳐 김태은, 조영주, 이예승, 최찬숙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1부에서는 김태은, 조영주 작가의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밤바람이 달콤한 여름 밤, 서울로7017에 올라 직접 작품을 감상해보았다.

서울로 미디어캔버스에서 기획공모 개인전 1부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로 미디어캔버스에서 기획공모 개인전 1부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서울시)

서울역 고가도로를 걷기 좋은 보행길로 만든 서울로7017은 만리동과 퇴계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 중 미디어캔버스를 보려면 충정로역 5번출구를 이용하면 가장 가깝다. 계단을 올라 장미마당에서 만리동 광장 쪽으로 향하다보면 미디어캔버스가 바로 보인다. 길이 꺾어지는 코너에는 관련 브로셔가 비치돼 있으니 놓치지 말자. 서울로 미디어캔버스 모바일 앱을 설치해도 프로그램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김태은, 조영주 작가는 ‘기하학적 상상력이 가미된 SF적 풍경과 여성주의’라는 주제로 작품들을 선보인다. 모두 10분을 크게 넘기지 않는 짤막한 작품들이었다. 김태은 작가는 ‘행성간의 비행물체(WROGN PLANET LANDSCAPE)’라는 제목 아래 ‘조선의 담벼락 이야기-전쟁과 스팀펑크 공장-저 멀리 남산 우주선-한양 도성 드라이브’로 이어지는 도시의 이야기를 전한다. 조영주 작가는 ‘오계(五季)’를 주제로 꽃가라 로맨스, 디바들의 외출, 그랜드 큐티, DMG 비무장 여신들, 워터리 마담, 귀여운 사람, 불완전한 생활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미디어캔버스를 감상하기 위해 서울로7017에 올라갔다

미디어캔버스를 감상하기 위해 서울로7017에 올라갔다. Ⓒ박혜진

장미광장에서 꺾어지는 길목에는 전시 정보 등이 적힌 브로셔가 비치돼 있다

장미광장에서 꺾어지는 길목에는 전시 정보 등이 적힌 브로셔가 비치돼 있다. Ⓒ박혜진

전시 상영영화 한편 보며 나들이 다녀온 듯

필자는 조영주 작가의 ‘워터리 마담’ 한 편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 속 중년의 여성들은 어느 농촌 냇가에서 파란 옷을 입고 춤을 추기도 하고, 발장구를 치기도 했다. 워터리 마담은 2015년 촬영된 10분 54초 길이의 싱글 채널 비디오 작품으로,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의 마을 주민 8명이 퍼포머로 참여했다. 설명에 따르면, 매일 아침 물가에서 피어나는 안개를 헤치고 농사를 짓던 이들에게 마을 곳곳의 냇가와 강가는 잠시 춤의 무대가 된다.

화면 속 여성들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춤사위는 따뜻한 생명력을 전해줬다. 유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호탕한 웃음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의 하늘색 옷차림은 서울로7017의 푸른 조명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선선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잠시 양평 시냇가로 나들이를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서울로 미디어캔버스는 시민들이 길을 걸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서울로 미디어캔버스는 시민들이 길을 걸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박혜진

이어 조영주 작가의 ‘불완전한 생활’ 상품이 연이어 상영됐다. 변두리에서·바닥·쾌활하다는 것·어떻게 컵을 말릴 것인가 등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통일된 형식이 눈에 띄었다. 가로가 넓은 비율로 찍힌 풍경을 배경으로 두고, 화면 가운데에는 일정한 속도로 문장이 지나간다. 화면을 흐르는 문구는 일기장 속 글귀 같으면서도 어딘가 조금 부조리했다.

“컵을 씻어 엎어서 말려야 할지 눕혀서 말려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자잘한 문제에 관심을 쏟는 것이 유일한 일이 되었다. 이런 일들은 나의 하루에 질서를 부여해 주었고 여전히 내게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 ‘어떻게 컵을 말릴 것인가’ 中

단박에 그 의미를 알아차리긴 어렵지만, 여러 가지 영감을 주는 작품이었다. 컵 씻기를 이야기하면서 분수를 비추는 카메라에서는 아이러니한 유머가 느껴지기도 했다.

조영주 작가의

조영주 작가의 ‘불완전한 생활-어떻게 컵을 말릴 것인가’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박혜진

‘서울과 빛’의 조합…이제는 랜드마크가 되다!

서울로 미디어캔버스는 미술관을 오고가지 않아도 야외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편리했다.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는 인식이 있고, 대중에겐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다. 하지만 길을 걷다가 작품을 마주하니 마음의 빗장이 풀리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미디어캔버스가 있는 풍경은 어느새 서울 야경의 일부로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실상 서울과 빛의 조합은 낯설지 않다. 서울역 앞 랜드마크인 서울스퀘어의 미디어파사드, 서울 라이트축제가 열리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 등이 그 예다. 또 올해부터는 월드컵공원에 태양광 발전시설 ‘솔라스퀘어’가 설치돼 별자리광장을 찾는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며 시민의 예술향유 기회가 넓어진 선례들이다.

서울스퀘어의 미디어파사드처럼 서울 곳곳에는 공간과 미디어가 어우러진 야경 명소가 많다.

서울스퀘어의 미디어파사드처럼 서울 곳곳에는 공간과 미디어가 어우러진 야경 명소가 많다. Ⓒ박혜진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현대미술은 우리 시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가늠케했다. 친구들과 함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 길 위 스크린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다. 미래의 예술은 또 어떤 모습일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문화의 고유한 가치는 여전할 것이란 짐작이 든다. 미래로 향하는 길목에 미디어캔버스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 서울로미디어캔버스 (2020년 두 번째 전시, 기획공모 개인전 1부)
○ 위치 : 서울  만리동광장 앞 우리은행 중림동 지점 벽면 스크린
○ 내용 : 1부 기획공모 개인전, 네이처프로젝트전, 시민영상전 등
○ 일정 : 2020. 06. 21 – 2020. 09.19. 19:00-23:00
○ 홈페이지 : https://news.seoul.go.kr/culture/archives/507255
○ 문의 : 02-313-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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