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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떠나서 더 그리운 ‘여행의 새발견’ 문화역서울284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지 몇 개월째가 되었다. 일상에서도 불편을 겪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대한 목마름을 호소한다. 문화역284의 ‘여행의 새발견’ 홍보배너를 봤을 때 가슴이 콩닥거렸던 건 아마도 그런 욕구가 건드려진 까닭이었을 것이다.

문화역284에서 지난 25일부터 ‘여행의 새발견’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화역서울284에서 지난 25일부터 ‘여행의 새발견’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선미

곧장 찾아가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면서 휴관이 길어졌다. 몇 번이고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며 유튜브 영상으로라도 볼 수 있기를 기다렸다. 부대공연은 올라왔지만 전시 자체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현실 속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의 문이 열린 참이라 시민들을 맞는 직원들도 긴장감이 느껴졌다. 열감지기를 통과하고 세정제로 손을 소독하고 방문자 명단에 이름을 쓰고 입장했다.

열 체크와 명단을 작성한 후 전시장에 들어섰다.

열 체크와 명단을 작성한 후 전시장에 들어섰다. ⓒ이선미

오후에 있을 공연을 준비하느라 부산한 중앙홀은 불시에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강강수월래를 연상시키는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열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유럽의 오래된 성당에 들어선 것 같은 단아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일상과 낯선 세계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여행이 시작된 셈이었다.

어떤 오브제도 없이 텅 비어 오히려 여행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중앙홀

어떤 오브제도 없이 텅 비어 오히려 여행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중앙홀  ⓒ이선미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열두 개의 돌기둥이 순식간에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열두 개의 돌기둥이 순식간에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 ⓒ이선미

서측 복도에서는 곳곳에 있었던 간이역들이 추억을 소환한다. 유독 연배가 있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춰 섰던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행의 새발견’은 각자의 기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도 한다. 저마다의 여행을 발견하는 중인 셈이다.

‘여행의 문장들’은 서울역을 통해 강릉선, 경부선, 경전선, 전라선, 호남선이 닿았던 각지의 풍경과 문화를 담은 사진들과 근현대 문학 작품들의 문장들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게 한다.

한 가족이 ‘여행의 문장들’ 속을 걸어가고 있다.

한 가족이 ‘여행의 문장들’ 속을 걸어가고 있다. ⓒ이선미

3등 대합실에는 ‘상상’이 펼쳐져 있다. 천장까지 닿는 선인장과 색색의 식물들이 언뜻 봄날을 얘기하는 것 같았는데 해설을 보니 전혀 다른 세계였다.

시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식물을 재생해내고자 한 ‘플랜트 시리즈’나 누군가를 잃은 유족을 위로하며 여러 사람이 함께하던 ‘다시래기’ 굿을 차용한 ‘다시락’ …모두 사라지는 것, 혹은 상실로부터 새로운 시작이나 탄생을 기다리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니다. 헤어졌다고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다. 슬픔이 느껴지지만 의지도 느껴졌다. 실연과 상실과 실패를 겪는 모두에게 전하는 이야기 같아서 덩달아 응원하고 싶어졌다.

3층 대합실의 ‘상상’은 삶과 일상에 존재하는 슬픔과 고독, 불안과는 다른 시간을 떠올려보게 한다.

3층 대합실의 ‘상상’은 삶과 일상에 존재하는 슬픔과 고독, 불안과는 다른 시간을 떠올려보게 한다. ⓒ이선미

1, 2등 대합실의 ‘만남’에서는 말 그대로 상상력과 여행자와 여행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캐리어 도서관, 여행자 플랫폼, 여행토크 등 만남을 위한 장치가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이들은 금세 캐리어 도서관의 책을 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린이들은 금세 캐리어 도서관의 책을 빼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선미

‘귀빈실’ 테이블 안에는 이응노의 드로잉이 전시되어 있다. 동아시아 회화의 전통 개념인 ‘뜻을 그린다’라는 ‘사의’로부터 대상을 관찰해 본질을 포착하는 ‘사생’으로 시선을 옮기던 시기의 작품이라고 한다. 사생을 위한 여행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의 삶을 붙들고 도시와 자연을 소요했다. 이제 그의 사생의 열매들을 우리가 ‘사색’할 시간이다.

1958년 유럽으로 떠나기 전 이응노는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사생’의 태도로 본질을 포착하는 드로잉을 남겼다. 사진은 귀빈실 풍경

1958년 유럽으로 떠나기 전 이응노는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사생’의 태도로 본질을 포착하는 드로잉을 남겼다. 사진은 귀빈실 풍경 ⓒ이선미

‘역장실’에는 ‘기록’이 전시되어 있다. 1899년 경인선을 시작으로 경부선, 경원선 등이 건설된 후 일본은 ‘조선박람회’ 같은 행사가 열리는 경성과 금강산 등의 명소를 관광코스로 개발했다. ‘기록’에서는 당시 제작된 사진첩과 관광안내서, 경성과 평양의 지도 등 오래된 역사의 풍경을 만났다.

‘역장실’에서는 문화역284의 아카이브에서 꺼내온 기록들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문화역284에는 여행에 대한 여러 시선이 겹쳐져 있다. 혼자나 둘이, 또는 여럿이도 의미 있게 관람해볼 수 있는 모티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어쩔 수 없이 현재의 여행이 멈춘 곳에서 과거로, 기억 속으로 떠난다. 상상력이 그 세계로부터 뭔가를 탄생시킨다. 또 하나의 여행, 여행의 새발견이다.

‘세한도’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시종족들이다(사진)’ 작품은 VR로 감상할 수 있다.

‘세한도’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시종족들이다(사진)’ 작품은 VR로 감상할 수 있다. ⓒ이선미

문화역284를 나와 서울로7017을 걸었다. 없던 것에서 만들어진 것, 혹은 어떤 것에서 또 다른 것으로 달라진 것들을 새롭게 만났다.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시간에도 적용된다. 사라지고 생성되고 변화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이 순간 역시 여행이 아닐까? 코로나19로 도리없이 발목이 잡힌 지금, 그렇다고 여행이 불가능한 것일까?

전시를 기획한 김노암 예술감독은 “여행을 하면 우리는 언제나 현재에 몰입한다. 가장 낯선 순간들, 또는 너무도 반가운 순간들. 이 현재의 순간들이 하나둘 쌓여 여행의 시간을 채운다”라고 했다. 물리적인 떠남은 어렵지만 여행처럼 순간에 몰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여행이 주는 어떤 감동을 일상에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오는 8월8일까지 이어지는 ‘여행의 새발견’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시간당 100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다. 사전예약을 하면 더 좋다. 아직 전시관을 직접 가기 걱정이 된다면 온라인에서도 ‘여행의 새발견’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공연들도 유튜브(https://www.youtube.com/seoul284official)에서 관람할 수 있다.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본 문화역284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본 문화역284 ⓒ이선미

■  문화역서울 284 안내
○ 위치 :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 1 서울역
○ 교통 : 1, 4호선 서울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1분 거리
○ 홈페이지 : http://seoul284.org/
○ 문의 : 02-3407-3500 
전시관람 사전예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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