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뜻밖에 선물, ‘자동차 극장’에서의 패밀리 데이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15일간(3.22~ 4.5)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다. 서울시는 이 기간 동안 종교 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의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운영업소에 대해서도 감염 예방 준수사항을 지키도록 안내했다. 시와 구의 예방 준수사항을 지키려니 아이들과 집안에 콕 들어박혀 있는 가족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문화적 갈증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성동구에서는 차 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동차 극장을 마련했다. 코로나19로 극장을 찾기 힘든 가족이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극장은?한양대 뒤편 ‘살곶이 체육공원’에 개장했다.

4월 5일까지 저녁 7시 30분, 살곶이 체육공원에서 자동차 극장이 열린다

자동차 극장은 관람 전 예약이 필수이다. 예약 신청은 성동문화재단 홈페이지(www.sdfac.or.kr)를 통해서 하거나 전화(02-2286-5194, 02-2204-6405)로 가능하다. 단, 반드시?성동구민이어야 한다.?상영 영화에 따라 관람 가능 연령대가 다르다. 패밀리 데이(Family Day) 콘셉트?영화의 경우에는 전체 연령대 시청이?가능하지만?12세, 15세로도 연령이 제한된 영화도 있다. 관람객의 연령층, 인원,?일정과 관람등급,?러닝타임을 고려하여 신청하는 것이 좋다. 영화는 무료로 감상이 가능하며, 오후 6시부터 영화 종료 시까지 운동장 내 주차료도 면제된다.

관람 차량에 안내 브로슈어를 배부하는 주차관리 요원들?ⓒ조시승

영화 관람?당일,?서울 성동구 살곶이 체육공원에 마련된 자동차 극장을 방문했다. 상영시간 한 시간 전인 오후 6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한 시간 전에 도착했다.?앞에 차량이 몇 대 없을 정도로 이른 시간이었다.

4~5명의 안내요원들이 안전등과 경고등을 들고 차량을 안내하고 있었다. 체육공원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승용차는 앞쪽으로, SUV 차량은 뒤쪽으로 배치되었다. 상영시간이 가까워지자 점차 체육공원은 차로 가득 찼다. 이어 대형 스크린에 극장 이용안내 자막이 나왔다. 주파수는 FM104.1MHz로 고정해 달라는 내용과 함께 전조등, 미등을 꺼달라고 한다. 앞차나 뒤차에 방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자동차 극장 주차구획은 차량 종류별로 구분된다?ⓒ조시승

무대 앞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뒤에서 보기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행사장 앞 좌편에는 운영본부석이 마련되어 손소독제, 체온계 및 홍보물을 배포하고 화장실도 있었다. 혹시 있을지 모를 환자들을 위해 구급차도 준비해 놓고 매일 행사장을 방역·소독하는 등 세밀한 부분까지 점검해 놓고 있었다. 체육공원 내 극장 전역은 매일 소독을 실시한다.?

안내하는 대로 자리 잡았더니 바로 옆에 낯익은 이웃의 얼굴이다. 이웃의 차 안에도 영화를 제대로?즐기기 위해?간식과 음료를 준비해 놓은 것이 보였다. 밤이 되면 차 안이 추워질 수 있으니 여벌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시동을 걸어 주파수를 맞춰야 하니 시동이 꺼지지 않도록 미리 방전 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조시승

맥스가 안 보이자 펫들이 구하러 나섰다 ⓒ조시승

오랜만에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는 너무 재미있었다. 함께 보는 아이들도 오랜만의 문화 나들이에 설렌 듯 영화를 보며 울고 웃기를 반복한다.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와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을?걱정하는 탄식이 함께 터져 나온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흐뭇해졌다. 아름다운 선율의?음악들도 감동적이었다.?비발디의 사계 중 ‘봄’ 등 관객들의 귀에 익숙한 영화 속 삽입곡들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도 사로잡았다. 유쾌하고 진정성 있는 영화를 온 가족이 함께 보다 보니 코로나19의 우울함도 한껏 떨칠 수 있었다.

자동차극장 상영리스트가 일자별로 정리된 브로슈어

살곶이 자동차 극장은?원래 3월 23일(월)부터 25일(수)까지 3일 동안 상영하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구민들의 호응이 뜨거워?4월 5일(일)까지 연장 상영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첫째 날 120여 대, 둘째 날은 150대, 셋째 날에는?무려 176대의?차량이 자동차극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 3일간?‘패밀리 데이’가 주제였다면 다음 영화들은 뮤지컬,?사랑, SF, 레트로 등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성동문화재단의 최성지 공연사업팀장은 “살곶이 자동차 극장 상영이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기 어려운 구민들의 심리적 방역과 문화생활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 예약 신청 : 성동문화재단 홈페이지(www.sdfac.or.kr),? 전화(02-2286-5194, 02-2204-6405) ※ 사전예약 취소분 및 추가 관람 가능분에 대해서는 당일 현장접수(선착순) 가능

■?향후 성동구 자동차 극장?상영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