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한눈에…꼭 가봐야 할 ‘식민지역사박물관’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이 최근에는 경제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요즘 같은 때 ‘식민지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식민의 상흔과 항일투쟁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좋을 듯싶다.
작년 8월에 개관한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용산구 청파동 작은 골목길에 있다.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로 나와 숙명여대 방향으로 언덕길을 따라가면 박물관이 보인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을 갖춘 2층 규모로, 일제에 의해 우리 민족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작은 규모지만 강제병합 당시 순종의 칙유와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 출처와 경위가 분명한 삼일독립선언서 초판본, 동학 의병 관련 문서 등 소중한 자료들로 채워졌다.
2층 상설전시실로 들어서면 ‘일제는 왜 한반도를 침략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며 전시는 시작된다. 당시의 국제정세와 시대적 배경을 하나씩 짚어보면서 참극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러일전쟁 당시 1904년에 일본이 그린 지도를 살펴보면 탄식을 금치 못한다. 한반도가 전쟁놀이터로 다뤄졌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주요 군사 거점을 잡고 있는 한반도를 마치 일본 영토인 듯 같은 색으로 묘사했다.
한일강제병합을 성공시킨 일제는 특별한 주사위놀이판을 만들어 조선침탈과정을 기념하고 자축하기도 했다. 강제병합에 이르기까지 조선 침략과 관련된 주요 인물과 사건들을 놀이의 소재로 삼아 식민지배가 자연스런 역사적 흐름임을 강조했다.
일제는 곳곳에 신사를 만들어 ‘천황의 백성’이라는 의식을 주입했다. 신사참배는 물론이고 황국신민서사 암송을 강요했고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는 ‘창씨개명’도 강행했다.
‘숟가락 하나도 남김없이 총 동원하라’는 일제의 강요로 조선인들은 극한의 생활을 면치 못했다. 압록강 유역에서 마구잡이로 벌목한 나무를 뗏목에 실어 신의주 제재소에 운반하는 모습, 일본으로 실어갈 쌀가마가 산처럼 쌓인 군산항, 면화가 쌓인 목포항 등, 항구마다 일본으로 실어갈 물자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빛바랜 사진들이 그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조선에서 생산된 모든 자원들을 샅샅이 훑어 수탈해가는 현장이다.
당시의 궁핍한 생활상을 전시물로 엿볼 수 있다. 양곡 공출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다양한 대용식이 장려되었다. 전시된 현수막에는 양곡공출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밥 대신 빵을 먹어 건강을 지키자는 선전문구와 그림이 새겨졌다.
공출당한 놋그릇 대용품인 사기그릇과 찻잔도 보인다. 찻잔에는 일장기를 든 아이와 병사가 그려져 있다. 전쟁 군수물자 조달을 위해 일제는 놋그릇을 빼앗고 사기그릇을 사용하도록 했다.
한 민족이지만 일제의 강압에 삶의 방향이 나뉜 모습도 전시는 보여준다. 일제에 반기를 든 채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과 굴복한 나머지 나라를 팔기까지 한 비굴한 이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조선 곳곳에서 일제에 항거한 의병들이 일어났지만 주둔해 있던 일본군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되면서 조선의 강과 산을 붉게 물들인 사진도 눈에 띈다. 참혹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그런가 하면 일제의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도 적잖았다. 그 중에는 이광수, 최남선 등 당대 문인과 학자들도 포함돼 있어 더욱 분노케 한다. 이들이 일제로부터 받은 부끄러운 감사장과 훈장도 즐비하다. 을사늑약에 가담한 권중현(을사늑약에 찬성한을사오적(乙巳五賊)중 한 사람)이 일제로부터 받은 증서와 메달도 전시돼 있다.
반도의 빛, 월간 소국민 등 조선에서 발행된 부끄러운 친일잡지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하나같이 황국신민으로 천황에게 충성하고 젊은이들의 참전을 독려한 내용들이다.
1평으로 체험하는 식민지 감옥도 보인다. 당시 경성의 감옥을 재현한 어두컴컴한 1평의 공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이곳에선 당시 경성지방법원 검사국 문서에 수록된 조서의 내용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거를 이겨내는 힘, 우리는 무엇을 할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전시는 끝을 맺는다.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3.1운동 100주년 기획전 ‘빼앗긴 어버이를 그리며’가 진행 중이다. 일제하 강제동원된 피해자와 유족들의 통한을 담은 전시로 전시실 한복판에 특별 전시된 상여 한 채가 눈길을 끈다. 이 상여는 지난 2011년 5월, 한일 시민사회가 함께 치른 일제강제동원 희생자 합동장례식 때 사용했던 전통 상여다.
7월 28일까지 이어지는 기획전시는 빈 상여에 실어 보낸 한의 세월, 끌려간 사람들, 남겨진 이야기, 돌아오지 못한 유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의 증언과 일본과 국내에 보관중인 다양한 명부와 유해봉환 및 손해배상 투쟁 경과도 소개하고 있다.
식민지역사박물관 가까이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애국선열의 묘역이 있는 효창공원도 있으니 찾아가 보면 좋다. 식민지박물관에서 숙명여대를 지나 언덕길에 이르면 효창공원이 코앞이다.
항일투쟁을 하다 목숨을 바친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등 3의사 묘와 안중근 의사의 가묘(비석이 없는 묘)가 있는 ‘3의사묘역’으로 향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보았던 윤봉길 의사는 25세 창창한 젊음으로 나라를 구하다 이곳에 잠들었다. 묘역둘레로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다.
‘3의사묘역’에서 벗어나 옆길로 돌아서면 10개의 태극기가 그려진 태극조형물이 보인다. 지난 2015년 광복7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이곳 광장에는 불원복 태극기를 비롯해 등록문화재로 지정한 10개의 태극기를 만나볼 수 있다.
조형물 주변 산책로에는 우리 겨레의 민족성을 나타낸 무궁화 70그루가 식재돼 있어 무궁화꽃이 한창인 이때쯤, 산책에 나서기에 더욱 좋다.
독립운동가 7인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인 ‘의열사’ 마당가에도 무궁화꽃이 만발해 애국선열들의 넋을 위로하는 듯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경제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즈음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민지역사박물’관 운영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30분~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까지이다.
■ 식민지역사박물관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7다길 27 ○ 홈페이지 : historymuseum.or.kr ○ 관람료 ? 일반인(19세~64세이하) : 개인 3,000원, 단체 2,500원(15인 이상) ? 청소년(8세~18세이하) : 개인 1,500원, 단체 1,000원(15인 이상) ※ 개관기념 ~ 2019년 12월까지 무료 ○ 문의 : 02-2139-0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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