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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버리시겠습니까?” 양심을 비추는 ‘로고젝터’

쓰레기를 처리하는 행정의 영역이 더욱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오늘 필자는 올바른 쓰레기 배출문화 장려를 위해 시각효과 제고와 경각심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스마트하고 과학적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른바 ‘로고젝터’와 ‘무단투기 CCTV’다. 이는 쓰레기 무단투기지역을 비추며 양심에 호소, 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한 동네에선 지저분한 경관 및 악취와의 전쟁이 1년 내내 지속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습투기지역에 화단을 조성하거나 그물망을 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에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빨리 치우고 싶어하면서 자기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깨끗한 것만 보며 살아가려는 세상이다.

‘당신의 행동 아름다움만 담아주세요’ 로고젝터 문구 ©조시승

특히 골목길 많은 주택가의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하다. 이를 막기 위해 성동구청에서는 이색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지난 8월부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무단투기가 빈번하게 발생되는 ‘다발지역’과 한 곳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습지역’을 구분해 쓰레기 무단투기 관리지역 138개소를 지정했다. 그곳에 쓰레기 종류별 배출시간과 위반시 관련법규를 알리는 계도판을 부착하고, 특히 밤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로고젝터와 무단투기 CCTV’를 설치해 올바른 쓰레기 배출문화를 유도하고 있다.

‘당신의 양심을 비추고 있습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집중단속문구 ©조시승

로고(Logo)와 프로젝터(Projector)의 합성어인 ‘로고젝터’는 기둥 위에서 이미지글라스(홍보문구)에 빛을 비춰 벽면이나 바닥 등에 원하는 이미지와 문자를 투영하는 신개념 LED 홍보장치다. 특히 깜깜한 밤과 어두운 실내에서도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CCTV를 설치해 무단투기는 물론 범죄예방 효과까지 높였다. 아울러 무단투기 특별관리지역을 단속반 특별순찰코스로 편성, 주기적인 순찰 및 계도처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 준법정신을 일깨우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깨끗한 우리동네 우리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로고젝터 문구 ©조시승

필자가 직접 다녀보니 로고젝터와 CCTV 설치 장소들이 대부분 인적이 드문 골목이나 구석진 장소였다. 어두워지면 슬그머니 쓰레기를 무단투기하기 딱 좋은 장소였다. 지면에 투사되는 문구를 보니 무단으로 배출되는 쓰레기의 성격과 주민들 성향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성수동, 행당동 주택가에서는 ‘당신의 양심을 비추고 있습니다’, ‘당신 덕분에 골목이 깨끗해 집니다’ 등 주민이 공동책임의 주체임을 강조한 감성의 글이 보였다. 공동주택이 많은 왕십리로에서는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보지 않아도 지켜주세요’, ‘깨끗한 우리동네 우리손으로 이루어집니다’, ‘함께 만들 수 있습니다’ 등 양심과 도의적 책임에 호소하고 있다.

성수1가 주민센터앞과 주택가의 로고젝터 모습. 상습 다발 쓰레기투기지역이 깨끗해졌다.

성수1가 주민센터앞과 주택가의 로고젝터 모습. 상습 다발 쓰레기투기지역이 깨끗해졌다. ©조시승

또 사근동 주택가에 있는 글은 폐부를 찌른다. ‘이 빛은 당신의 마음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래도 버리시겠습니까? (무단투기금지)’ 이런 글귀를 보면서 쓰레기 더미를 놓고 갈 강심장은 없을 듯 했다. 동네에 거주하는 한 지역주민에게 물어 보니 “로고젝터로 무단투기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 옆에 놓고 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금호·삼성래미안 아파트입구 ‘함께 만들어 가요. 깨끗한 우리마을 (무단투기금지)’ 등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문구로 주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마음을 비추는 로고젝터에도 아랑곳 없는 무단투기 쓰레기는 언제 근절될까?

마음을 비추는 로고젝터에도 아랑곳 없는 무단투기 쓰레기는 언제 근절될까? ©조시승

우시장 등 지역 특성상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는 마장동의 경우 직설적인 경고성 문구가 삽입됐다. ‘잠깐!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쓰레기 무단투기 적발 시 계도 없이 과태료 부과됩니다’ 등이다. 이 밖에 ‘어머나! 내가 TV에 나온대요!’, ‘너도 나도 방문하는 성수동 활짝 웃을 수 있는 골목길 만들어요’와 같은 성수동 주택가의 재미있는 문구도 눈에 띈다.

물론 가장 많이 사용된 메시지는 “이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쓰레기는 월, 수, 금 집 앞에 버리시기 바랍니다”라는 계도성 문구다. 로고젝터는 탈착식 이미지글라스를 교체하면 문구는 언제든 쉽고 저렴하게 바꿀 수 있고, 긴급 알림이나 밤거리 조심 등 경각심을 높이는데도 활용이 가능해 더욱 효과적이다.

‘우리 모두가 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지켜주세요’ 로고젝터 문구 ©조시승

이들 로고젝터는 해가 지면서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점등되고 해가 뜨면 자동적으로 꺼지도록 설계됐다. 조명시간도 계절에 따라 변동된다. 예를 들면 하절기에는 저녁 7시 30분~다음날 오전 5시, 동절기에는 저녁 5시 30분~다음날 7시에 소등되는 식이다.

쓰레기 집중단속지역에 배출시간, 과태료 등이 안내되고 있다.

쓰레기 집중단속지역에 배출시간, 과태료 등이 안내되고 있다. ©조시승

그동안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어 왔다. “무엇보다 무단투기를 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한 주민의 말에 공감이 갔다. 한순간의 편리와 자기 이익을 위해 양심을 버리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함께 사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쓰레기 배출 시 이웃을 배려하며 절차를 준수한다면 스트레스 없는 즐겁고 쾌적한 ‘우리 동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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