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이었어! 석양빛 물살을 가르는 맛 ‘한강선셋카약’
호호의 유쾌한 여행 (154) 한강 선셋카약 체험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선풍기 바람보다 더 시원합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시고 나면,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느껴집니다. 뜨거운 태양빛이 두려워 낮에는 집에만 머물러 있곤 했는데요. 이제는 슬슬 야외 활동을 개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이 바로 뚝섬한강공원에서의 선셋 카약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액티비티인데요. 해 질 무렵 일몰을 바라보며 청담대교 방면을 향해 노를 저으며 나아갑니다. 혼자 탈 수도 있고, 2인 1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카약을 예약한 업체에서 안내받은 대로 출발 5~1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카약을 탈 수 있는 서울시 윈드서핑장은 뚝섬한강공원 1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데요.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이미 만차입니다. 주말 오후 4시에 방문한 뚝섬한강공원은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합니다. 반짝거리는 이곳의 풍경이 ‘정말 서울 맞나?’ 하는 착각까지 듭니다.
한강 위에서 사람들은 노랗고 파란 카약 외에도 다채로운 색깔의 카이트 서핑, 스탠드 업 패들 보드를 즐기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칩니다.
카약에서 먹을 간식만 빼고, 사물함에 짐을 정리했습니다. 바지는 젖어도 되는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사실 한강에서 카약을 타는 것이 오리 배 타는 것보다 조금 더 우아해 보이는 수준일 것 같았는데요. 하의가 과연 젖을까 의심스럽습니다. 함께 카약 타는 대원들이 모이고, 카약 타는 법과 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패들을 최대한 세워서 저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패들을 잘못 저어도 어떻게든 갈 수 있다며 대원들을 다독여 줍니다.
오늘 일몰 시간은 7시 10분입니다. 20분 정도 카약을 타고 청담대교 방향으로 힘차게 노를 젓습니다. 카약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열심히 젓고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질 않습니다. 물살에 휩쓸려 자꾸 오른쪽으로 가고, 방향 맞추기도 어렵고, 함께 탄 사람과 호흡 맞추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이 납니다. 한강 위에 떠 있다는 것만으로도 믿겨지지 않습니다.
자꾸 뒤처지는 제가 안쓰러웠는지 구조정을 타고 쫓아오는 안전 요원이 천천히 하라며 격려해줍니다. 곳곳에 패들 보드를 타고 도움을 주는 스태프들도 있고, DSLR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열심히 노를 저어 도착한 청담대교. 이제 해가 조금씩 내려가며 붉은빛을 내뿜기 시작합니다. 하루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타워, 일몰, 청담대교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서울의 일몰을 마음껏 품어봅니다.
예쁜 노을을 바라보며 먹는 간식은 꿀맛입니다. 다리를 배경으로 해가 저물어갈 무렵이면, 서울의 밤거리는 하나둘씩 불빛으로 반짝입니다. 잠실에 있는 롯데 타워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나면, 어느새 깜깜한 서울의 밤이 찾아옵니다. 남산 타워를 배경으로 붉은 하늘, 한강까지 붉게 물들어 넘실대는 풍경은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카약에서는 도시 소음에 묻혀 있던 자연의 소리도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도시에 함께 살고 있는 풀벌레 소리. 바람이 강물에 스치는 소리. 노를 저으며 나아가는 소리. 고요함 속에서 귀에 와 닿는 소리들과 눈앞의 풍경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혀왔습니다. 카약에서 만나는 서울의 첫 만남, 그 곳에 감동이 있습니다.
■ 여행정보 ○ 뚝섬한강공원 ? 주소: 광진구 강변북로 139 ? 문의: 02-3780-0521 ? 가는법: 7호선 뚝섬한강공원 2번 출구 도보 13분 ? 관람료: 뚝섬한강공원 이용료 무료, 선셋카약 1인당 3만원 ? 홈페이지: http://hangang.seoul.go.kr/archives/466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