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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계속 진화하는 성수동 ‘뚝섬역 상점가’

뚝섬역 3, 4번 출구 사잇길은 성동구 성수동 상원길이다. 뚝섬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해서 살곶이다리에 이르는 500m 남짓한 거리다. 상원길은 2차선 차도가 있고 도로변에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뚝섬역 상점가’라고 부르는 곳으로 필자가 지금껏 발품 팔아서 다녀본 여느 상점가 거리와는 시각적으로 많이 달라 보였다.

뚝섬역 상점가 차도에는 아스팔트 위에 미끄럼방지제가 깔려 있다.

뚝섬역 상점가 차도에는 아스팔트 위에 미끄럼방지제가 깔려 있다. ©윤혜숙

우선 바닥에 아스팔트 대신 붉은색의 미끄럼 방지제가 깔려 있다. 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바닥재다. 운전자가 차선 시인성을 확보하고, 차량의 운행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평상시에 뚝섬역 상점가를 찾는 손님들로 오가는 행인들이 많다. 이런 곳에서 운전자가 갑자기 속도를 낸다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다.

뚝섬역 상점가 인도에는 밝은색 보도블록이 깔려 있다. ©윤혜숙

차도가 그렇다면 인도(人道)는 어떨까? 사람이 통행하는 길바닥은 밝은색의 보도블록으로 단장되어 있다. 골목길 재생사업이 시행된 성동구 용답동에서 마주했던 적이 있는 보도블록이다.

뚝섬역 상점가에 미니 소방서가 설치되어 있다.

뚝섬역 상점가에 미니 소방서가 설치되어 있다. ©윤혜숙

길 중간에는 뚝섬역 상점가 미니 소방서가 있어서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 먼저하고 119에 신고해야 하지만, 작은 불씨라면 옆으로 번지기 전에 소화기로 불을 끌 수 있다. 상점가의 특성상 상점들이 붙어 있고, 또 불을 다루는 음식점이 많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번질 수 있어 뚝섬역 상점가엔 두 곳의 미니 소방서가 마련되어 있다.

뚝섬역 상점가 담벼락 곳곳에 조선왕조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뚝섬역 상점가 담벼락 곳곳에 조선왕조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윤혜숙

뚝섬역 상점가를 지나다 보니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 담벼락에 조선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알다시피 조선을 건국한 인물은 이성계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뒤 도읍지를 한양으로 정했다. 지금의 사대문 안이 한양 도성이다. 그 당시 이곳 왕십리도 도읍지 후보들 중 하나였다. 뚝섬역 상점가를 거닐면서 담벼락에 기록된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마치 숨은 역사찾기를 하는 것 같다. 아이들과 뚝섬역 상점가를 방문한다면 담벼락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조선의 역사를 하나씩 알려준다면 상점가 장보기뿐만 아니라 골목길 역사탐방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저녁이면 뚝섬역 상점가에 가로등 조명이 빛난다. 상점가 끝에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다 ©윤혜숙

어느 덧 해가 지면서 주변이 어두워지니 차도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의 조명이 환하게 밝혀지고 있다. 가로등에 전통 문양이 새겨져 있는 데다가 빨주노초파남보로 일컫는 무지갯빛이다. 지금 뚝섬역 상점가를 환하게 밝혀주는 가로등이 마을의 수호신이었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같이 든든하다. 이런 가로등 기둥에는 홍보 전단지를 덕지덕지 붙일 수 없겠단 생각이 든다. 또한 차도와 인도의 경계면을 따라서 바닥에 도로표지병이 불을 밝히고 있다.

뚝섬역 상점가가 끝나는 곳은 광나루로로 이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살곶이다리가 있다. 거기에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전광판 위에 말을 타고 활시위를 겨누는 이성계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이 조선 건국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이다. 마침 필자가 전광판을 바라봤을 때 전광판에 뚝섬역 상점가 상인들이 지켜야 할 손님 응대 원칙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뚝섬역 상점가의 외관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만의 독특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뚝섬역 상인회 사무실을 방문해서 이곳의 변화가 있기까지의 사연을 여쭤봤다. 뚝섬역 상점가가 위치한 성수동은 국내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수제화거리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뚝섬역 상점가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이었다.

뚝섬역 상점가 상인회 사무실

뚝섬역 상점가 상인회 사무실 ©윤혜숙

지난 2016년 3월에 뚝섬역 상점가의 상인들이 모여서 상점가의 연합과 발전을 위해서 상인회를 발족했다. 박정희 초대회장에 이어 현재 김두환 회장이 상인회를 이끌고 있다. 뚝섬역 상점가의 발전을 고민하던 중 1단계로 2018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특성화 첫걸음시장 육성사업에 지원해서 최종 선정되었다. 그때부터 상점가의 명칭을 상원길 상점가에서 ‘뚝섬역 상점가’로 변경했다. 전철 2호선 뚝섬역이 있어서 사람들이 인지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특성화 첫걸음시장 육성사업의 3대 목표는 상인회의 조직을 확대하고, 단골을 확보하고, 상인회 사업을 발굴하는 것으로 정했다. 뚝섬역 상인회는 소비자의 결제 편의를 도모하고,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고, 상점 내외부의 위생을 청결하게 만들기 위해 서비스를 혁신했다. 또한 상인조직역량, 시장 안전 관리를 강화했다. 상인들은 저마다 생계를 위해 장사하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어 교육을 받았다.

뚝섬역 상점가 상인회 사무실은 라이브 커머스 준비로 분주하다.

뚝섬역 상점가 상인회 사무실은 라이브 커머스 준비로 분주하다. ©윤혜숙

1년 뒤 2단계로 희망 프로젝트 문화관광형사업2.0에 최종 선정되었다.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과 연계해서 개발함으로써 상인, 지역주민, 고객 모두가 공유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뚝섬역 상점가를 빛의 특화거리로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상인회 설립 3년 차에 이루어낸 성과다. 상인회 김두환 회장을 비롯한 상인회 회원들 모두의 노력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단순히 시설 인프라만 갖춘 게 아니라 상인들의 의식 변화까지 이끌어냈다.

뚝섬역 상점 출입문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그들의 의식 변화를 알려준다.

뚝섬역 상점 출입문에 붙어 있는 스티커가 그들의 의식 변화를 알려준다. ©윤혜숙

그래서일까? 뚝섬역 상점의 출입문에 여러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지금 이 곳 상인들의 의식 변화를 말없이 알려주고 있다. 자세히 보니 다다익선 캠페인, 성동구 치매안심마을 안심지킴이,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근절, 제로페이, 뚝섬역 상점가 로고 등이 보인다. 

다다익선 캠페인은 ‘가격원산지 다(多) 표시하고, 결제수단 다(多) 받아주고, 깨끗하고 쾌적해서 고객은 유익(益)하게, 온누리상품권 유통은 선(善)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다익선 캠페인은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백화점처럼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필자가 뚝섬역 상점가의 한 상점 문을 불쑥 열고 들어가 궁금한 점을 질문했을 때 귀찮은 내색 없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뚝섬역 상점가가 위치한 성수동은 조선 건국 초기의 역사적 상징물인 살곶이다리, 일제강점기 때의 기동차 길, 근대시대의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 이르기까지 약 600년의 역사가 녹아 있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과거 600년의 역사에 미래 50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뚝섬역 상점가의 구호는 ‘청춘 놀이터’라고 한다.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뚝섬역 상점가 라이브 커머스 생방송을 시작한다. 출처=뚝섬역 상점가 상인회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뚝섬역 상점가 라이브 커머스 생방송이 진행된다. ©뚝섬역상점가 상인회

상인회 사무실은 보이는 라디오 방송국 개국에 맞춰서 ‘라이브 커머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전국 최초로 상점가에서 시도하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뚝섬역 상점가를 찾는 고객들이 드문 이때, 뚝섬역 상점가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시도다.

이렇듯 성수동 수제화거리와는 별개로 뚝섬역 상점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나름 독자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전통시장의 변화 사례는 많았지만 상점가의 변화 사례는 드물었다.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바뀌어 시행되고 있어서 상점가도 전통시장처럼 육성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뚝섬역 상점가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연말에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뚝섬역 상점가, 그 진화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필자가 만나본 상인회 김두환 회장은 “뚝섬역 상점가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 뚝섬역 상점가가 높은 브랜드 가치로 비상하는 것을 지켜봐달라”라고 당부했다.

성동구 성수동에는 수제화거리와 카페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뚝섬역 상점가도 있다. 뚝섬역 3번 출구부터 살곶이다리까지 이어지는 뚝섬역 상점가도 산책삼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그랬듯이 뚝섬역 상점가 나들이길이 즐거울 것이다.

■ 뚝섬역 상점가
○ 위치 : 뚝섬역부터 송정제방까지 상원길 따라 크고 작은 점포 250여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점가
○ 문의 : 02-3409-9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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