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에 휴(休)~ 초여름밤 강변음악회
지난 토요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서울시립교향약당의 강변음악회가 열렸다. 시민들의 한 차원 높은 문화생활을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이어온 음악회다.
‘야외에서 열리는 무료음악회가 거기서 거기겠지’ 이런 생각은 한강공원에 도착하자마자 깨져버렸다.
여의나루역 부근에 마련된 무대 주변은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과 강변음악회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찾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음악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준비된 좌석이나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강변음악회를 기다렸다.
피크닉을 나온 사람들과 음악회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 구분 되지 않았다.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강가에 세워진 무대를 바라보기만 하면 그 곳이 객석이었다. 객석은 빠른 속도로 채워졌다.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치킨이나 피자 혹은 구운 꼬치를 맥주 안주 삼은 시민들은 즐거워 보였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주위도 둘러보며 상쾌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다 드디어 전광판 알림과 함께 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강변음악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는 이언경 아나운서가 맡아서 진행하며, 수화도 동시통역이 이루어졌다.
공연은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연주로 시작됐다. 서울시향의 부지휘자 윌슨 응과 서울시향이 들려주는 연주는 단번에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베를리오즈의 작품은 활기찼다.
관현악기의 화려한 선율이 이어지자 피크닉을 나왔던 시민들도 하나 둘 모여들어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나오는 해설자막 덕분에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연주를 즐기는데 문제가 없었다.
싱싱카를 탄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았고, 부모들은 아이를 목마에 태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감상했다.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연주광경을 바라보았다.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는 점점 커졌다.
서울시향의 젊은 부지휘자 윌슨 응과 자유로운 차림의 단원들, 그리고 풀밭 위에서 여유롭게 연주를 즐기는 시민들이 어우러진 생기발랄한 축제였다.
시향과 대중예술의 콜라보 무대도 매혹적이었다. 올해 서울시향과 특별 협연은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대중가수 하현우가 했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정선아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국가스텐 하현우가 뽑아내는 고음의 향연에 1만 관객이 매료됐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는 영화 ’물랑루즈’ 중 Your Song과 국가대표팀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고난에 맞서 분투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 ‘국가대표’ 중 ‘Butterfly’라는 밝고 희망찬 곡을 노래했다.
우리나라 록 밴드 국가스텐의 하현우는 특유의 목소리로 폭넓은 음역대를 장기로 Home과 3456이란 곡을 열창했다.
음악회의 흥겨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과 합창단 음악이있는마을이 무대에 등장해 교향곡 ‘민국’을 합창했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곡은 민족과 역사를 끌어온 영웅들에 대한 추모와 우리민족의 번영을 담고 있다. 이들의 웅장한 합창은 사람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주었다.
오케스트라라고 하면 진지한 예술성을 추구하는 음악을 떠올렸는데 서울시향의 강변음악회는 좀 달랐다. 오케스트라의 전문성은 유지하면서 자유롭고 발랄한 무대를 선보여 남녀노소 누구나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사했다.
게다가 무대가 한강변이어서 분위기도 남달랐다. 강변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불 밝힌 한강 다리와 유람선이 서울의 밤을 낭만적으로 밝혀 주었다.
시민들은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을?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 곳까지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니 그림 같은 음악회였다. 음악회가 끝나고 시민들은 총총 집으로 돌아갔지만 초여름 밤을 수놓은 선율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