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아파트는 어딜까?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어디에 있을까? 서울로 7017을 지나 얼마 전 새롭게 태어난 서소문역사공원으로 가는 길, 한 아파트가 눈에 띈다. 바로 ‘성요셉아파트’이다.
주상복합이라고 해서 화려한 고층의 빌딩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이곳은 소박한 마을 냄새, 사람 냄새가 풍긴다. 1970년에 지어져 이듬해 입주한 아파트에는 26개의 상가와 약 62세대가 살고 있다.
아파트는 언덕배기 올라가는 길을 따라 계단식으로 세워져 있다. 그래서 높이에 따라 층수가 달라지는 재미를 준다. 사실 밖에서 보면 아파트보다는 박물관 같다고나 할까.
설용희(82) 어르신은 필동에 살다가 10여 년 전 작은 집을 장만하고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직접 사는 주민이 본 이곳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
“장점, 글쎄. 청과시장이나 생선시장이 새벽 4시쯤 서소문공원 앞쪽에 서니 좋고, 약현성당이 가까워 편하다고나 할까. 아파트 아래층이 상점이라 재미있지.”
역사를 품은 아파트지만 현실적으로는 노후화돼 녹물 등 내부적 문제들이 있었다. 계량기 대신 세대 당 가족 수에 따른 수도세를 내야했고, 녹물이 나오거나 물이 잘 안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서울역 일대 센터와 중림종합사회복지관과 협력해 개선 방향을 세워 나갔다. 성요셉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 주민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이 아파트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고 소통하는 공동체 활성화 사업도 추진했다. 그렇게 불편한 점은 조금씩 바꿔나가니 웃음이 피어간다. 지나가는 길목에 동네 주민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훈훈하다.
내친김에 주민들이 추천해준 약현성당도 찾았다. 이곳은 사적 제252호로 벽돌을 직접 제조해 만든 한국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다. 드라마 ‘열혈사제’ 등에 나왔던 구담성당이 바로 이 약현성당이다. 약초가 많아 약현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문밖성당, 성요셉성당으로도 불린다.
약현 언덕에 위치해 안으로 들어가려면 오르막을 걸어야한다. 무더운 날씨지만 조금 힘을 내보자. 푸른 담쟁이가 얽힌 벽을 보면서 걸으면 다리가 아프지는 않다. 또한 조그만 수고에 비해, 성당 분위기가 주는 크고 평온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다.
1886년 한·불수교가 체결돼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성당도 지을 수 있었다. 이곳은 한국 천주교에서는 첫 고딕 양식이며 타 성당의 모델이 되었다. 실상 약현성당은 고딕적 요소가 적은 바실리카식 벽돌조 건물이지만, 1900년 이전의 서양식 건축물 중 직접 서양으로부터 수용된 곳이라 한국 근대 건축사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박해 장소인 서소문 성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성당이 있다는 점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붉은 느낌이 주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역사적 의미까지 담긴 곳이라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혼인장소로도 유명하다.
최근 개장한 서소문역사공원과 서울로 7017을 가는 길에 이곳들을 함께 보면 어떨까. 중림동 성요셉 아파트와 약현성당 부근은 옛 흔적과 함께 지워진 추억을 소환 할 수 있기에 적합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