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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디자인 다 잡았다! 금호동 주택가의 대변신

성동구 금호동 마을입구 사인. 골목마다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도록 안내표지판이 잘 정비돼 있다

마을입구 사인. 골목마다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도록 안내표지판이 잘 정비돼 있다

얼마 전, 성동구 금호동 주택 일대를 찾았다. ‘생활안심디자인’을 적용해 마을 곳곳이 환해지고 안전해졌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미국 ‘2019 SEGD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최고상도 수상했다니, 더 궁금해졌다. ‘금호 게이트빌’이라는 새 마을 이름도 붙었다고 했다.

‘생활안심디자인’이란 단순히 마을 표지판을 예쁘게 꾸미고, 마을환경을 단장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절도나 강도 같은 범죄까지 사전에 예방하는 기능을 갖는다. 실제로 마을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찾아가 보았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마을안심쉼터

마을 입구에 자리한 마을안심쉼터

금호역에서 2번 출구로 올라오면 정면에 깔끔한 정자가 보인다. ‘나들마루’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노후된 정자를 개선한 쉼터다. 대상지 주민들에게 1대1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모았고, 공간을 밝고 안전하게 만들었다. 쉼터에 앉아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쉼터 앞에는 마을 디자인 위치가 나온 지도가 붙어 찾아보기 쉽다.

멀리서도 위치를 잘 알 수 있도록 건물 외벽 상단에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사인’을 부착해 놓았다

멀리서도?잘 찾을 수 있도록 건물 외벽 상단에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사인’을 부착해 놓았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멀리서도 보이도록 건물 외벽 상단에 큰 주소 안내판이 보였다. 바로 새로운 주소 표시체계인 ‘스카이라인 주소 안내사인(Skyline Wayfinding)’이다.

스마트폰 지도를 꺼내지 않고도 바로 장소 위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또한 위급상황이 생겨도 본인의 위치를 알리기 쉬운 점은 매우 유용해 보였다. 더욱이 단정하게 정돈된 모습이라 마을이 훨씬 예뻐 보인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집집마다 노후한 대문은 새로 칠하고 안전펜스를 두었다

집집마다 노후한 대문은 새로 칠하고 안전펜스를 두었다

집집마다 새로 페인트칠을 한 대문이 상쾌해 보인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색색에 맞춰 칠한 대문은 ‘안심대문’이라고 했다. 대문 옆에 보이는 ‘안전펜스’ 역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안전펜스는 가파른 지형 때문에 집안이 들여다보이는 걸 고려 외부에서는 시선을 차단하고 내부에서는 채광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마주하는 골목에 ‘안심유도반사판’이 설치돼 있다(좌), 눈에 띄게 디자인된 ‘안심비상벨’(우)

마주하는 골목길에 ‘안심유도반사판’이 설치돼 있다(좌), 눈에 띄게 디자인된 ‘안심비상벨’(우)

지나다보면 골목길 곳곳에 ‘안심유도반사판’이 설치돼 있다. 거울처럼 비치는 안심유도반사판은 깔끔하게 길 찾기 정보를 주면서도 시야확보를 통해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도록 돼있어 일거양득이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았던 ‘안심비상벨’은 위급 시 SOS버튼을 누르면 사이렌과 함께 빨간색 조명으로 변한다. 눈에 띄도록 노랗게 색을 새로 입혔고 군데군데 설치돼 있어 안심이 된다.

걷다보니 작은 주차공간이 표시돼 있었다. 안심골목 순찰차 거점공간이었다. 취약한 지역에 도보순찰 및 순찰차 거점공간을 지정해 안전한 지역을 위한 방범활동을 한다. 골목 중간에 있는 순찰차 공간이라는 건 순찰자가 없다 해도 든든함을 준다. 한참을 돌아다니는 데 새로운 곳들이 보이니 즐거웠다. ‘안심 비추미(동작감지 조명)’, ‘솔라표지병’ 등 덕분에 저녁에도 안전하다니 주민들 걱정이 훨씬 줄었을 거 같다.

골목 안에는 방범활동을 위한 순찰차 거점공간도 확보해 두었다.

골목 안에는 방범활동을 위한 순찰차 거점공간도 확보해 두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이젠 돌아갈까 싶었는데 한참을 걸으며 들어와 보니 역으로 가는 방향이 헷갈렸다. 그 때 지하철역으로 가는 위치를 깔끔하게 알려주는 표지판을 살펴보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정말 필요하고 유용하게 잘 만들었다는 걸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생활안심디자인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안내사인 시스템, 마을 입구 사인, 안심유도 반사판, 안전펜스, 안심게이트, 안심 비추미(조명 핸드레일, 동작감지), 안심골목 순찰차 거점공간 등이 있다.

특히 ‘금호 게이트빌’은 지역문제를 주민과 함께 의논하고 해결해 지역공동체의 지속적 활동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 의미가 크다.

성동구 금호동 일대에 생활안심디자인을 적용하고, ‘금호 게이트빌’이라는 새로운 마을 이름도 붙였다.

성동구 금호동 일대에 생활안심디자인을 적용하고, ‘금호 게이트빌’이라는 새로운 마을 이름도 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범죄예방디자인을 시작해, 2018년 명칭을 ‘생활안심디자인’으로 바꾸고 그 의미를 명확하게 했다. 생활안심디자인은 서울시내 60여 곳에 설치돼 있으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발생률이 높은 지역에 디자인을 입혀 환경을 개선하고, 디자인을 통해 범죄발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1월 국내 최초로 ‘서울특별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 조례’ 제정과 내년 수립될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기본계획을 통해 범죄, 학교폭력, 치매, 스트레스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사업을 확산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움직이는 안전펜스와 안심유도 반사판은, 향후 특허청에서 디자인등록도 추진 중이다.

깔끔한 디자인이 골목길을 환하게 밝혀준다. 더욱이 불안하고 좁은 치안에 걱정이 많았는데 범죄 심리를 이용해 범죄예방까지 해준다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으랴. 생활과 밀접해 여러 기능을 해주는 생활안심디자인이 더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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