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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기억해야 될 ‘파란 눈의 애국지사’ 4인방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있는 대형태극기 조형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애국지사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있는 대형태극기 조형물,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애국지사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8월이면 부르는 광복절 노랫말이다. 최근 일본을 보노라면 임진왜란, 일제강점기가 새롭게 다가온다. 광복은 어느 날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애국지사들의 피나는 투쟁 결과물이다. 광복절이 다가오면 우리는 애국지사들을 되새긴다. 그런데 독립을 위해 노력한 사람 중에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파란 눈의 애국지사’들이 있다. 광복절만이라도 이들을 기억하는 날이 되었으면 싶다. 기억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마땅한 도리이고 작은 보답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될 외국인 독립운동가 4인을 소개한다. ???

월암근린공원

월암근린공원

① 고종이 한국명을 하사한 ‘어니스트 베델 (Ernest Thomas Bethell)’

“나는 죽지만 신보(申報)는 영생케 하여 대한민국 동포를 구하시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잠들어 있는 ‘어니스트 베델 (Ernest Thomas Bethell)’의 유언이다 . 광화문에서 경교장을 지나 10여분 인왕산 성곽길을 따라가면 달빛이 머무는 ‘월암근린공원’이 나온다 . 이곳에 베델이 살던 집이 있었고, 지금은 공원 한켠에 ‘베델의 집터’라는 표석(標石)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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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델집터 표석

베델은 언론을 통해 독립운동을 펼친 영국 출신의 애국자이다. 32세 때인 1904년,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데일리 매일> 특파원으로 한국에 온다. 이미 국운이 기운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양기탁과 함께 국·한문 및 한글판 <대한매일신보>와 등 3개의 신문을 발행한다. 일제는 언론에 대해 엄격하게 통제했으나 영국인이란 치외법권적 지위를 가진 베델의 신문에는 손 댈 수가 없었다.

헤이그 특사파견, 국채보상운동, 시일야방성대곡, 황무지 개간권 반대, 고종 밀서 등을 보도하며,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운다. 결국 ‘공안을 해친다는 죄’로 체포되어 근신형과 금고형을 받는다. 이후 건강이 악화되어 1909년 5월 37세로 사망, 유언에 따라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된다. 당시 고종은 그의 독립운동을 높게 평가하며 ‘배설(裵說)’이라는 한국명을 하사한다. 1968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는다.

딜쿠샤

딜쿠샤

② 딜큐사를 거점으로 독립운동을 펼친 ‘앨버트 테일러 (Albert Taylor)’

인왕산 성곽마을 행촌동에는 커다란 은행나무 하나가 있다.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의 집 마당에 심었던 나무로 수령 460여 년이 된다 . 바로 이 은행나무 앞에는 2층의 서양식 주택(복원공사 중)이 하나 있다. 미국인 독립운동가 ‘앨버트 테일러 (Albert Taylor)’가 살던 집 ‘딜쿠샤 (DILKUSHA)’이다. ?

앨버트는 대한제국 및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활동하던 기업인 겸 언론인이다. 1896년 금광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후 경술국치에도 조선을 떠나지 않고 독립운동을 했다. 3·1운동 때에는 UPI통신 특파원으로서 ‘독립선언문’을 빼돌려 서방세계로 타전하여 조선의 독립의지를 알린다. ‘제암리 학살사건’ 보도를 통해 일제의 잔학상을 세계에 고발하고, 스코필드·언더우드 등과 총독을 찾아가 만행에 항의한다. 그러자 총독부는 가택연금을 가하고, 급기야 1942년 미국으로 추방한다. “내가 사랑하는 땅, 한국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1948년 6월 73세로 사망, 현재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안장되어 있다.

앨버트 테일러가 묻힌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앨버트 테일러가 묻힌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③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호머 헐버트 (Homer B. Hulbert)’

국립중앙박물관 중앙로비에 들어서면 우뚝 솟은 ‘경천사십층석탑(국보 86호)’이 보인다. 1907년 황태자(순종) 결혼식 축하사절로 왔던 궁내부대신 다나카 미쓰아키(田中光顯)는 개성에 있던 ‘경천사십층석탑’을 가져간다. 이를 알게 된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는 현장을 확인하고, <뉴욕포스트> <재팬크로니클>에 기고하고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萬國平和會議)에까지 이 사실을 폭로한다. 이러한 헐버트의 노력으로 1918년 석탑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

헐버트는 1863.01. 미국 버어몬트에서 출생한다. 23세 때 조선의 최초 근대식 국립학교인 ‘육영공원’에 파견 왔고, YMCA 초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청년계몽운동에 앞장선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가 1905년 ‘을사늑약(한일협상조약 )’을 체결하자, 고종의 밀서를 가지고 워싱턴으로 날아가 일제의 만행을 알리며 대한제국을 도울 것을 호소한다. 또한 이준 등 3인의 밀사를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파견을 후원하고, 독립신문 창간에도 기여한다. ? ?

현장에서 지켜본 대한제국의 멸망과정을 서술한 책 <대한제국 멸망사 (The Passing of Korea)> 등 20여 년 동안 다양한 기록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한국인보다 한글을 더 사랑한 한글학자이다. 한글의 띄어쓰기를 고안하고, 한글교육을 통하면 대한제국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의 ‘가온길 주시경공원’에는 그의 공적을 새긴 ‘호머 홀버트’의 부조가 서있다.

“I would rather be buried in Korea than Westminster Abbey (나는 웨스터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 )” 1949.08.05일 세상을 떠났고 그의 유언대로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영면하고 있다. 그의 공로는 1950년 건국훈장 독립장과 2014년 금관문화훈장으로 평가 받는다.

호머 헐버트의 묘

호머 헐버트의 묘 ?

④ 34번째 3.1운동 민족대표가 된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Frank William Schofield)’

동작역으로 진입할 때 국립서울현충원을 보면 대형 태극기 조형물이 보인다.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애국지사 212분을 모신 ‘애국지사묘역’이다. 이곳 제 96호 묘역에는 ‘외국인 애국지사’가 모셔져있다. ‘프랭크 W 스코필드(Frank William Schofield, 한국명 석호필 石虎弼)’이다. 스코필드는 캐나다 출신 선교사 겸 의사이다. 1889년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로 이민, 토론토대학 수의과를 졸업한 그는 1916년부터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연세대) 세균학을 강의한다.

1919년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하자 이갑성 (李甲成, 3?1운동 민족대표 33인)에게 “조선에서도 독립을 위한 모종의 준비를 하자”고 말하여 3·1운동을 지피는데 역할을 한다. 3·1운동이 일어나자 사진을 찍으며 상황을 꼼꼼히 기록한다. 외국인이란 특수신분을 활용하여 구금된 학생을 구출한다. 주민들을 교회 안에 몰아넣고 총을 난사하고 불을 질러 무고한 양민 26명을 살해한 ‘제암리 학살사건’이 일어나자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제암리로 잠입한다. ‘총살·방화 현장’을 촬영하여 미국·캐나다 등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일제의 잔혹상을 전 세계에 폭로한다. 결국 강제추방을 당했다가 1969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의대에서 강의를 하다가 1970년 4월 12일 81세로 생을 마감한다.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1960년 ‘대한민국 문화훈장’과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고,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유일하게 안장된 외국인이 되었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힌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묻힌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며칠 후면 제74주년 광복절이다 . 태극기를 내걸고 기념식을 갖는 것도 좋지만 , 한일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때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좋을 것 같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파란 눈의 독립운동가 한 사람만이라도 새롭게 기억하는 광복절이 된다면 의미 있는 광복절이 되지 않을까. 월암공원, 딜쿠샤, 국립중앙박물관, 주시경공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국립서울현충원 등 외국인 애국지사의 흔적을 찾는 나들이 계획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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