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독립공원에 울려펴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역사의 외침, 꽃의 함성’이라는 주제로 ‘2019 서울 무궁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8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축제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역사의 향기를 담은 나라꽃 무궁화 전시’, ‘독립운동 역사 속 무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시’, 그리고 ‘무궁화를 주제로 한 다양한 시민 참여 행사’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역사 속 ‘무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시는 ‘기억할 역사, 새로운 탄생’이라는 주제로 독립운동가들의 글에 나오는 무궁화를 찾아본다.
“피 끓는 청년제군들은 아는가. 무궁화 삼천리 우리 강산에 왜놈이 왜 와서 왜걸대나….” 윤봉길 의사가 의거를 앞두고 쓴 ‘광복가’의 서두다.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해 자결하며 남긴 매천 황현의 ‘절명시’ 앞에서는 그날의 참담한 심정이 전해진다.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해 버렸다네.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회고해 보니 인간세상 식자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고 독립을 염원하던 선현들의 의지를 만나볼 수 있는 이 전시에는 ‘영웅들의 무궁화 노래’ 16점이 소개되고 있다.
독립문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독립운동가와 무궁화길’이 조성되었다. 국가보훈처에서 선정한 ‘2019년 이달의 독립운동가’인 1월 유관순 열사, 3월 손병희 선생, 4월 안창호 선생 등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분과 5월 가정의 달에 선정된 부부 독립운동가 김규식, 김순애 선생을 포함해 13분의 자취를 따라 걸어보았다.
축제에는 배달계, 단심계 등의 무궁화 총 74종이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며 피어 있다. 반만 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피고 져온 다양한 무궁화다. 오랜 옛날 신라는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 무궁화 나라)이라고 불렀고, 중국은 우리나라를 ‘무궁화가 피고 지는 군자의 나라’라고 일컬었다.
개화기에는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노랫말이 들어가 더더욱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꽃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 얼과 혼을 말살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무궁화 역시 핍박을 받았다. 일본은 우리 고유의 백단심 무궁화와 소나무를 모두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가시 돋친 탱자나무를 심기도 했다.
햇살은 뜨겁지만 무궁화 꽃그늘 아래를 지나며 역사 속 이야기를 만나다 보면 잠시 더위를 잊기도 한다. 화려한 무궁화 장식 분수에서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물줄기도 한여름의 폭염을 식혀줄 것이다. 곳곳에 설치된 토피어리들도 아름답고 유익한 볼거리들이다.
8일 오후 6시 개막식에서는 산림청에서 공모한 무궁화 콘텐츠 우수작에 선정된 ‘아름다운 우리의 꽃 무궁화’ 음원에 맞춰 시민 백여 명이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젊은 시민들의 활기찬 율동 속에 독립을 그토록 갈망하던 선현들의 울분과 고뇌가 조금은 위로받지 않았을까.
13일부터 15일까지는 매일 4회씩 ‘무궁화 해설투어’가 진행된다. 무궁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미리 신청하면 된다. 해설사와 독립공원 일대를 거닐며 무궁화의 역사와 의미, 품종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축제에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무궁화 터널에 소원을 담은 카드를 매다는 ‘무궁화 소망달기’와 직접 만든 무궁화로 ‘서울지도 만들기’에 함께해보는 것도 좋겠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축제장을 찾아 무궁화 부채와 머그컵 만들기 등에 도전해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지닌 우리나라 꽃 무궁화, 광복절을 앞두고 우리 ‘역사의 외침, 꽃의 함성’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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