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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건축문화제 현장투어 ‘지하도시’를 방문하다

지난 10월 31일 ‘2020 서울건축문화제’ 마지막 현장투어에 다녀왔다. ‘서울건축문화제’는 매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건축문화를 소개해 왔는데, 올해는 ‘틈새건축’을 주제로 자투리 공간, 작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서울건축문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건축문화투어’에 직접 참여해 보았다. 서울의 자투리 땅, ‘지하 공간’을 찾아가는 테마였다. 틈새건축이 어디쯤 있다는 것일까? 필자는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투어에 참가했다.

이번 건축문화투어를 담당한 정화영 주무관의 친절한 인솔로 첫 번째 방문한 곳은 ‘경희궁 방공호’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옆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픈 유산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옆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픈 유산이다. ©이정이

전체 면적 1,378㎡ 규모로 일제강점기 말기(1944년)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만들어진 방공호로 추정되는 곳이다. 서울 한복판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편에 위치한 콘크리트 구조물. 누구도 이곳을 지나며 방공호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방공호 입구로 들어가니 회색의 콘크리트가 길게 늘어선 복도가 보인다. 10여 개의 작은 방들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무시무시한 조명과 더불어 들리는 요란한 폭격소리가 들린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조명과 음향시설을 설치했다고 한다. 엄습하는 두려움 슬픔과 더불어 민족사랑의 마음이 밀려오는 듯하다.

방공호 내부의 긴 복도로 옆에 10개의 방이 있다. 조명이 비추이고 있는 모습
방공호 내부의 긴 복도로 옆에 10개의 방이 있다. 조명이 비추이고 있는 모습 ©이정이

다시 참여자들은 대형 버스에 올라타 두 번째 장소인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향했다. 15명만이 드문드문 앉아 전평재 실장의 열성적인 설명을 들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정동에 있습니다. 지하3층 구조로 되어 있고요. 높이는 덕수궁 담 높이와 맞추었습니다. 세종대로의 근현대 역사를 닮은 설계이며 비움의 미학이 있는 건축이자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건축입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입구, 지붕이 덕수궁 담장 높이과 같다. 지하로 내려가야 전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입구, 지붕이 덕수궁 담장 높이와 같다. 지하로 내려가야 전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정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에 다시 태어나게 된 공간이다. 지하 3층의 갤러리3 ‘비움홀’ 은 다양한 문화행사 개최가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전시관의 지하공간을 통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하 2층 서울 갤러리2 ‘서울 라이브러리’에는 1/6,000의 서울시 모형이 전시되어 도시건축의 변화와 양상을 한눈에 보여준다.

갤러리2에는 1/6,000의 서울시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2에는 1/6,000의 서울시 축소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정이

자세히 보니 수많은 승용차들이 불빛들을 비추며 달리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렇게 서울이란 대도시를 한눈에 보고 있자니 필자가 거인이 된 듯하다. 이 높은 곳에서 서울을 바라보면 모든 것을 용납할 수 있는 넓디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다.

한켠에는 ‘도시만들기 프로젝트’ 스케치가 눈길을 끌었다. 호기심에 스케치북 위 남산타워에 색연필로 칠해보니 커다란 스크린에 똑같이 채색이 된다. 내가 도시를 채색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도시만들기 프로젝트로 스케치용지에 색칠을 하면 화면에 그대로 색칠이 되어 표현된다.
도시만들기 프로젝트로 스케치 용지에 색칠을 하면 화면에 그대로 색칠이 되어 표현된다. ©이정이

도시건축에 대한 다양한 주제전을 개최하고 있는 지하 1층을 지나 옥상에 올라오니, 바로 시청 건물이 보인다. 서울시내 한복판 옥상공원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우리가 역사 한복판에 있었다니!’ 무언가 뿌듯한 마음이 올라왔다.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모형
당시의 생생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표현한 모형 ©이정이

이밖에 서울도시건축관은 ‘주거 심포지엄 연계전시 :땅’ 전시를 12월 20일까지 갤러리 3층에서 진행 중이다. ‘코로나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집이라는 공간을 다시 되돌아보는 전시다. 매주 화요일 4회에 걸쳐 알찬 심포지엄이 열리니 사전예약 후 참여해봐도 좋겠다. (>>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508133921446808)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최근 핫플레이스로 거듭 중인 유진상가 지하 ‘홍제유연’이다.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지하가 아니며 지상으로 흐르는 홍제천을 복개하여 그 위에 건물을 지었으니 다리 아래 터널 같은 공간이다.

유진상가 다리 아래 홍제천의 빛들
유진상가 다리 아래 홍제천의 빛들 ©이정이

홍제유연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길이 250m, 너비 30m인 홍제천은 올해 7월 시민들에게 첫 공개되었다. 예술이 흐르는 물길 ‘홍제유연’은 ’잇다+흐르다+걷다‘의 표지판대로 도시를 이으며 도시를 흐르며 시민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이내 어두움을 밝히는 빛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걷는 발밑에 동그라미 쳐지며 빛들이 강강술래를 하며 돌아간다. 어두움이 있기에 빛들이 살아나는 순간이다. 낡은 상가 아래의 뜻밖의 장소, 틈새 자투리 땅의 새로운 변신은 방문객들의 설레는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보도를 걸으면 동그랗게 빛들이 강강술래로 춤을 춘다.
보도를 걸으면 동그랗게 빛들이 강강술래로 춤을 춘다.  ©이정이

네번째 방문지는 ‘정릉기지’다.  SH주택도시공사의 지원을 받아 주거환경에 적합하지 않아 사용되지 않던 기존 주거시설의 반지하 공간을 청년건축가가 직접 계획하고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문화투어 시민 참여자들이 지하로 내려가니 젊은 건축가 청년이 직접 반겨준다.

“저희는 지역을 기록하고, 영화 상영이나, 가방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청년들입니다.”

정릉기지는 반지하에 청년 건축가가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이다.
정릉기지는 반지하에 청년 건축가가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이다. ©이정이

동네를 위한 소소한 디자인 작업도 진행하고 있으며 버려졌던 공간에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자신들의 재능을 지역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매주 금~일요일 오후 1~6시에 개방을 하는데 간단한 다과와 마실 것도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일반청년들도 한 번쯤 방문해서 꿈을 모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 방문지는 종암동 골목 ’소소한談‘이다. 이 역시 청년건축가 세 명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아일 디자인 스튜디오의 한 켠을 공유주방과 커뮤니티 다이닝으로 꾸며 개방했다고 한다.

종암동 지하 틈새건축
종암동 지하 틈새건축 ‘소소한담’ 입구 ©이정이


‘소소한담’의 내부공간, 커뮤니티 다이닝으로 활용도가 높다. ©이정이

종암동 좁은 골목 속의 작은 반지하공간 ‘소소한담’은 틈새 공간의 작은 변신을 통해 지역 주민에게도 소소한 즐거움을 주며 담소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거미줄처럼 길과 건물로 얽혀 있으며 역사적 유물이 많은 서울 터. 이 서울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작은 틈새를 찾아 새로운 바꿈으로 일구는 사람들은 이미 망원경으로 서울을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서울의 틈새 지하공간을 발견하는 이번 문화투어는 시민참여자들의 새로운 탐험심을 높이고 도시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길러주는 데 충분했다. 건축문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서울건축문화제 홈페이지(http://www.saf.kr/)와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에서 다양한 온라인으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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