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으스스해! ‘13일 금요일’ 정말 불길한 날일까?
박학다식 유쾌한 털보 과학자로 유명한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님이 ‘내 손안에 서울’ 새로운 전문필진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11월부터 매월 첫째 주 월요일(발행일 기준)에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고 있는데요, 12월엔 ‘13일의 금요일’이란 주제로 12월 둘째 주에 인사드리게 됐어요. 이번 주 금요일이 바로 ‘13일에 금요일’이랍니다. 이날은 왜 으스스한 날이 됐는지, 정말 그런지, 관장님의 얘기 한번 들어보실까요? |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 13일의 금요일
송년회 시즌입니다. 한편으로는 즐겁고 다른 한편으로는 힘겨울 때죠.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도 되는 조금은 형식적인 모임의 송년회는 11월 말까지 대부분 끝냈을 겁니다. 직장처럼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람들의 송년회는 12월 말에야 하겠죠. 아마 이번 주(12월 9~13일)에 송년회가 몰려 있을 겁니다. 그 가운데 하루는 여러 ‘탕’을 뛰어야 할 테고요. 그 가능성이 가장 큰 날은 바로 금요일인 13일일지도 모르고요. 그렇습니다. 13일의 금요일. 왠지 불길하지 않나요?
13은 원래 우리에게는 별로 두려운 날이 아니었어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은 4가 불길한 숫자였죠. 아직도 4층을 건너뛰든지 아니면 F층으로 표시한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양과 교류가 많다 보니 우리도 슬슬 13을 불길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13과 관련해서 안 좋은 일이 많이 발생했어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아폴로 프로젝트는 17호까지 이어졌어요. 그런데 하필 13호만 실패해요. 달을 향해 가는 도중에 산소 탱크가 폭발하는 바람에 달로 가는 일을 포기하고 목숨을 건 사투 끝에 겨우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죠. 예수의 ‘최후의 만찬’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열두 제자와 예수를 합하면 모두 열세 명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13에 대한 공포증도 생겼습니다. 13을 뜻하는 그리스어 트리스카이데카(Triskaideka)와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쳐서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라고 합니다.
그런데요 13이 아닌 다른 숫자의 날에는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역사에서 좋지 않은 일을 발생한 날을 1~31일로 분류해 보면 13일에는 딱 3.3퍼센트 배치될 것입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트리스카이데카포비아는 괜한 공포로 생긴 증상일 뿐입니다. 이런 데는 약도 없습니다.
서양에서는 일주일 가운데 금요일은 불길한 날로 여겨집니다. 여러 가지 사고가 많은 날이죠. 이건 이해가 됩니다. 실제로 금요일에는 온갖 사고가 많이 나거든요. 주로 밤에 말입니다. 음주 운전 사고, 폭행 사고, 강간과 살인 같은 사건이 많이 나요. 불타는 금요일 밤이니까요. 하지만 굳이 이런 것은 따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냥 금요일은 불길한 날입니다.
올해 12월 13일은 하필 금요일입니다. ‘13일의 금요일’은 공포가 배가되는 날이죠. 이유가 있어서 싫은 날, 위험한 날이 되는 게 아니라 일단 싫고 위험한 날로 정한 다음에 그 이유를 찾습니다. 사람들은 근거를 댑니다.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 금요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요 그때 히브리 지방에는 지금과 같은 달력을 쓰지 않았습니다. 물론 예수를 처형한 로마군의 달력, 즉 율리우스력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요일과 같은 요일이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 날짜는 어디에도 정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 금요일이라는 근거는 3일 만에, 정확히 말하면 3일째에 부활했는데 부활절이 일요일이니, 처형당한 날은 금요일이라는 겁니다. 그런데요 예수의 부활절은 4세기에야 정해집니다. 그리고 부활절은 특정한 날이 아니고 ‘춘분이 지나고 보름달이 뜬 후 오는 첫 번째 일요일’이죠. 덕분에 부활절은 3월 22일에서 4월 25일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혹자는 템플 기사단의 파멸과 관련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날이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이었거든요. 풉! 서양 사람들 가운데 템플 기사단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요! 템플 기사단을 아는 사람의 99퍼센트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야 처음 봤을 겁니다. 오히려 토머스 로슨(Thomas William Lawson)의 공포소설 [13일의 금요일]을 바탕으로 한 영화 [13일의 금요일] 시리즈 덕분에 ‘13일의 금요일’ 공포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달력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지구는 인간들의 반응에 관심이 없습니다. 지구는 달력이 있는지도 모르죠. 그냥 자기 하던 대로 움직입니다. 또 일정하게 움직이지도 않아요.
13일의 금요일은 자주 옵니다. 매달 1일이 일요일이면 그달의 13일은 반드시 금요일이죠. 확률적으로는 7개월에 한 번씩 옵니다. 2020년에는 3월과 11월이죠. 2021년에는 8월에 한 번 있습니다. 모든 날이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9일의 목요일이나 25일의 수요일도 같은 확률로 오게 됩니다.
13일이든 금요일이든 우리가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쓸모는 있습니다. 2019년 12월 13일 금요일 송년회 때 3차, 4차를 가자고 강요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이야. 조심해야 해.”라고 말하면서 자리를 일찍 파하는 핑계로 삼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