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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스마트시티’를 위해 필요한 것은?

며칠 전, 패스트푸드 가게에 백발의 할머니가 들어왔다. 할머니는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직원에게 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세요.” 무인기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할머니는 주위 청년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겨우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로 체크인하는 시민들
스마트폰을 활용한 QR코드로 체크인하는 시민들 ⓒ김진흥

‘스마트시티’라는 단어가 생소하지 않은 시대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스마트시티를 점점 피부로 체감한다. 디지털 기술은 더 고도화되고 편리해지고 있지만 위의 할머니처럼 디지털 소외계층이 생기면서 도시 속 디지털 격차가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향해 나아가는 서울시와 세계 여러 도시들은 이같은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 해결책 모색을 위해 서울시는 국내외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초대해 9월 22일과 23일 이틀간 ‘2020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열렸으며 서울시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되었다. 서울 시민청 태평홀에 새롭게 구축한 화상회의 전용 스튜디오 ‘서울온’에서 열린 포럼은 핀란드 헬싱키,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캐나다 퀘벡, 영국, 태국 등 11개국 도시와 스마트시티 분야 리더들이 화상 채팅 프로그램으로 참가했다.

2020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 포스터
2020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 포스터 ⓒ서울시 유튜브

서울시와 서울디지털재단이 공동 주최한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은 2016년부터 매년 개최한 행사다. 작년까지 ‘서울디지털서밋’이라는 이름으로 1년마다 해외 도시 및 국내외 기업들과 디지털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올해부터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하기 위해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나섰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환영사에서 “사람 중심이라는 확고한 가치 안에서 차별, 격차 없이 시민 모두 누리는 포용적 스마트시티야말로 우리가 가야 할 스마트시티의 종착점이다.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은 스마트시티 미래상을 모색하고 세계 각 도시들과 해결 방안을 나누는 자리다. 풍성한 통찰과 혜안으로 함께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6S와 에스넷(S-net)을 소개한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 정책관 
6S와 에스넷(S-net)을 소개한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 정책관 ⓒ서울시 유튜브

1일 차인 22일 오후 4시, ‘리더스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LA, 헬싱키, 헤이그 등 해외 도시들과 성동구, SH공사, 서울시 등 우리나라의 스마트 시티 우수사례 발표와 국내외 스마트 시티 거주민(스마트 시티즌)들의 토크 콘서트가 펼쳐졌다.

첫 번째로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 정책관이 나와 포럼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 정책관은 “스마트시티 서울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지속 가능한 혁신과 사람 중심이다. 지속 가능한 혁신은 도시의 안정적 관리와 성장을 이끌 핵심 전략”이라면서 디지털 사회의 보편적 권리를 누리는 사회문화 환경을 만들어갈 정책을 펴나가는 서울시를 소개했다.

이원목 정책관이 꼽은 대표 사례는 ‘6S’와 ‘에스넷(S-Net)’이다. 6S는 스마트 서울플랫폼으로 사람과 도시를 연결하는 스마트시티 서울의 기술 인프라다. 초고속망과 와이파이를 통해 신기술과 AI 기반의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에스넷은 지난해 10월 ‘2020~2022년 스마트 서울 네트워크 추진계획’을 발표한 사업으로 1,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서울 전역에 공공생활권으로 공공 와이파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공공생활권은 역사 주변, 공원, 광장, 전통시장, 버스정류장 등을 말한다. 또 지난 7일에 공개한 공공 와이파이 까치온 도입과 기존보다 최대 4배 빠른 공공 와이파이 식스(six)도 준비하고 있다.

발표하고 있는 마린 프란예 헤이그시 최고정보책임자
발표하고 있는 마린 프란예 헤이그시 최고정보책임자 ⓒ서울시 유튜브

이어 두 번째로 마린 프란예 네덜란드 헤이그시 최고정보책임자가 헤이그시의 우수사례를 설명했다. 노년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헤이그시는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에서 그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했다. 노인들이 자가에서 다양한 앱들을 경험하고 시도하면서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취지였다.

헤이그시가 실험한 프로그램은 총 225개 이상이었다. 예를 들어, 로봇을 활용한 약 복용시간을 알려주는 것을 비롯해 약상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카페트 등 건강과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다수를 이루었다.

마린 프란예는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것은 많은 노인들이 기술을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상황이 같지 않아 각자 처한 상황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결책은 저렴해야 하고 확장이 가능해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홍명안 서울시 성동구 스마트포용도시국장
홍명안 서울시 성동구 스마트포용도시국장 ⓒ서울시 유튜브

다음으로 홍명안 서울시 성동구 스마트포용도시국장은 성동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동 스마트쉼터와 성동형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도시 통합운영센터를 알렸다. 이 중 ‘성동 스마트쉼터’는 전국 최초 최첨단 스마트 쉘터로 지난 8월에 선보였다.

성동 스마트쉼터는 UV공기 살균기가 공기 중 바이러스를 99% 차단하고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지능형 CCTV로 버스 정류장으로 접근하는 버스의 모습을 보여주고 주변 이상행동을 인공지능으로 감지해 경찰서와 상황을 공유한다. 대중교통 정보와 생활정보까지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니지 화면과 자동스크린 도어, 천장 태양광패널로 내부전력을 만들어내는 등 스마트 기술이 집약된 정류장이다.

데이터 과학으로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고자 하는 LA시
데이터 과학으로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고자 하는 LA시 ⓒ서울시 유튜브

LA시는 포용적인 스마트시티를 위해 데이터 과학을 사용 중이다. 어느 정책을 폈을 때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량화하여 다음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테드 로스 LA시 정보최고책임자는 “정부가 모든 것을 리드했다. 정부는 리더십을 가지고 책임 있는 자세와 윤리적인 태도로 현대 기술을 사용했다. 이러한 이유는 시민들로부터 공공 신뢰를 우선 확보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산투 본 브룬 헬싱키 경제개발국 과장
산투 본 브룬 헬싱키 경제개발국 과장 ⓒ서울시 유튜브

산투 본 브룬 헬싱키시 경제개발국 과장은 핀란드 스마트시티 주요 사례로 ‘혁신 구역(Kalasatama)’을 꼽았다. 이곳은 가장 오래된 주택지 또는 오염되고 버려진 산업부지였지만 새롭게 주택지구, 서비스 상업지구로 바뀐 장소다. 이 구역은 스마트 에너지,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폐기물 관리 솔루션 등 여러 스마트시티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 자체가 하나의 대규모 리빙 랩이 되어 25여 개의 기업들, 100개 이상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 4개 대학,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상주해 환경들을 점검하는 중이다.

2부에서는 스마트시티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스마트 시티즌)이 나누는 토크 콘서트로 진행됐다. 영국, 태국 주한대사관 관계자들과 기업인(엔비디아 유응준 대표, 성기광 닷 대표), 조원희 영화감독, 서울시와 해외 도시 시민들까지 참여해 스마트시티에 관한 이야기를 풀었다.

세계 각 도시 속 스마트시티 사례를 꼽는 질문에 대해 캐나다에 거주하는 앤드류 임은 캐나다 공용자전거 시스템인 ‘빅시(BIXI)’를 전했다. 10년 넘게 운영 중인 빅시는 서울의 따릉이처럼 스마트폰으로 요금을 지불하고 블루투스로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5,000대가 넘는 자전거와 460개 이상의 정거장을 갖추고 있다.

캐나다 공용자전거 빅시
캐나다 공용자전거 빅시 ⓒ캐나다관광청

영국은 축구가 탄생한 나라답게 축구와 관련된 사례를 전했다. 개러스 데이비스 영국 주한대사관 팀장은 “영국은 축구 경기가 있으면 교통 혼잡이 발생한다. 그래서 어떻게 도시에 접근하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축구 경기가 언제인지, 언제 스마트 교통 시스템을 사용해서 교통 혼잡 시간을 피해 도심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콜롬비아에 거주 중인 발레리아 바스케즈 씨는 “우리는 2008년부터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망과 와이파이를 구축하는 중이지만 아직 갈길이 매우 멀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세계 도시 시민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도시 시민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 유튜브

이원목 정책관은 서울시 스마트시티 정책들 중 대표 사례로 ‘민주주의 서울’과 ‘엠보팅’을 꼽았다. 그리고 서울시 시민 대표로 나선 김혜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생은 ‘서울열린데이터광장’과 스타트업 기업과 협력하는 ‘나눔카’ 서비스도 알렸다.

김혜수 씨는 “스마트시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민관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고 좋은 시스템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태국에서는 대표 관광지인 푸껫을 스마트시티로 만들려는 움직임을 전했다. 쑤빠낫 짜눔 주한대사관 1등 서기관은 “푸껫에 다양한 스마트시티 정책들을 펼치려고 한다. 민간 기업들과 협력해서 태국의 대표 스마트시티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실이 아닌 영화 속 스마트시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영화에서의 스마트시티는 주로 디스토피아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스토피아란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단화되어 초래할지도 모르는 암울한 미래상이다.

스마트시티가 처음 등장한 것은 ‘메트로폴리스’(1927년 작)였다. 당시 스마트시티는 시민들의 노동력 착취를 위해 설계된 도시였다. 이외에도 ‘매트릭스’(1999)나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등 같은 여러 형태의 미래 도시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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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 스틸 컷 ⓒ네이버 영화

조원희 영화감독이 선정한 스마트시티가 잘 구현된 영화는 ‘her’(2013)였다. 조 감독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움직이는 동선, 개인 삶 속에서 스마트시티가 어떻게 구현됐는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조 감독은 영화 속 스마트시티에 대해 “영화 속 스마트시티는 현실을 담기보다 관객의 흥미를 발생 혹은 주의 집중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발생시키느냐에 따라 왜곡되어 그려진다. 창작자들의 스마트시티는 기술에 기대기보다 자연스러운 인간 삶을 지향하는 것으로 읽힌다.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스마트시티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역설을 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실시간 댓글로 시민들의 질문에 전문가가 답하기도 했다. 스마트시티 정책 사례 중 하나로 꼽힌 엠보팅으로 적용한 사례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이원목 정책관은 “대표적으로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도가 있다. 8년 정도된 이 제도는 10만 여 명 시민들이 참여했고 올해는 700억 정도 시민참여로 책정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세계 여러 도시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미나
세계 여러 도시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세미나 ⓒ서울시 유튜브

마지막으로 이원목 정책관은 포용적 스마트시티에 관해 “스마트시티는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을 통해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 기업, 도시, 국가가 사람 중심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보장되면서 발전된 기술이 모든 시민이 함께 누리는 결과가 돼야 한다. ‘포용적’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이유다”라며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2020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 2일 차(23일)는 컨퍼런스 형태로 진행된다. 1일 차와 같은 주제인 ‘포용적 스마트시티’로 펼칠 2일 차 행사는 빅데이터 활용, 여러 도시 시민들의 시민 참여, 토론 및 질의응답 등으로 할 계획이다.

■ 2020 서울 스마트시티 리더스 포럼 : https://forum.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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