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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이런 일이! 서울의 숨겨진 ‘지하공간’을 찾아서

지난달 31일 종료된 2020년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는 ‘틈새건축’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 제시’였다. 그동안 크게 다루지 않았던 틈새, 자투리, 작은 스페이스, 그리고 나머지에 대한 건축문화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한 행사로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온라인 행사가 주축을 이루었지만, 직접 건축현장을 찾아가는 시민참여 투어프로그램도 선보이며 서울 곳곳에 자리한 틈새건축의 매력을 널리 알렸다. 필자는 서울건축문화제 마지막 날에 진행된 투어프로그램(테마4 지하공간)에 참여해 서울의 숨겨진 지하공간을 두루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아픈 역사를 증언하는 ‘경희궁 방공호’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쪽에 위치한 경희궁 방공호 입구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쪽에 위치한 경희궁 방공호 입구 ⓒ강사랑

서울역사박물관 주차장 한편에는 산을 뚫어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 비행기 공습에 대비해 만들어진 방공호인데, 사실상 지하공간이 아니지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깊은 지하동굴에 들어선 것마냥 어둡고 무거운 전경이 펼쳐진다. 전체 면적 1,378㎡ 규모로 10여개의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폭격에 대비하기 위해 성토 높이가 무려 8.5m, 외벽두께가 약 3m에 달한다. 조명과 음향시설 또한 일제강점기 말기의 암울한 분위기와 방공호 특유의 느낌을 살리고 있었다.

현재 경희궁 방공호는 어떤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않은, 그야말로 서울의 ‘히든 스테이지’라고 한다. 경희궁 방공호를 둘러보노라면 지난 식민지 역사와 아픈 기억을 증언하는 공간으로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외벽이 약 3m 두께에 달한다.
폭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외벽이 약 3m 두께로 지어졌다. ⓒ강사랑

유진상가 지하, 환상적인 홍제유연(弘濟流緣)

이곳 또한 엄밀히 말하면 지하가 아니다. 지상으로 흐르는 홍제천을 복개해 그 위에 건물을 지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다리 아래 터널인 셈이다. 이 구간은 그동안 일반인들의 접근할 수 없는 통제 구역이었지만 지난 7월 1일 ‘홍제유연’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다.

홍제유연은 ‘물과 사람의 인연이 흘러 예술로 치유하고 화합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터널 250m 구간에 설치되어있는 8개의 작품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설치미술, 조명예술, 미디어아트, 사운드 아트 등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50년간 버려졌던 공간이 시민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오가는 예술공간으로 승화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버려졌던 공간이 예술공간으로 승화된 홍제유연
버려졌던 공간이 예술공간으로 승화된 홍제유연 ⓒ강사랑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조명 예술을 만나게 된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조명 예술을 만나게 된다. ⓒ강사랑

청년들이 모여 꿈을 응원하는 ‘정릉기지’

성북구 정릉로에는 반지하 아지트 공간 ‘정릉기지’가 있다. 이곳은 서울주택도시공사의 지원을 받아 기존 주거시설의 반지하 공간을 청년건축가가 직접 계획해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무엇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랑방 공간은 물론 작은 주방을 갖추고 있고, 한켠에 위치한 고려극장에서는 영화제가 상영되고 있다.

정릉기지는 청년공유작업 공간을 기반으로 작업공간을 무료로 이용하는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고정된 프로그램 외에도 작은 기획 전시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동네를 위한 소소한 디자인 작업도 진행한다. 정릉기지는 버려졌던 공간에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그들의 재능이 지역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년들의 아지트
청년들의 아지트 ‘정릉기지’ 외관 ⓒ강사랑


정릉기지 내부와 공유주방 ⓒ강사랑

낡은 주택 반지하에서 아늑한 사랑방으로 ‘소소한談 ‘

‘소소한담X아일 디자인 스튜디오’는 성북구 종암동 골목길에 있는 반지하 공간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추진한 ‘SH 청년건축가 주도형 공간복지 프로젝터’ 시범 사업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프로젝트는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시내 낡은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지역 내 커뮤니티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이 반지하 공간은 사무소 ‘아일 디자인 스튜디오’와 주민 공유주방 ‘소소한담’으로 구성되어있다.

투어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소소한담 상주 청년건축가
투어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는 소소한담 상주 청년건축가 ⓒ강사랑

아일 디자인 스튜디오는 고려대 건축학도 세 명이 함께 운영하는 청년건축가 사무소이다. 2019년 서울주택도시공사 청년건축가 공모전에서 입상 후 종암동의 공간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사무소의 한켠에는 공유주방과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눈길을 끈다. 최대 여섯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으로 친구, 가족들과 함께 직접 요리하고 식사할 수 있다고 한다. 

주민 공유주방 소소한담은 싱크대와 인덕션, 전자레인지, 밥솥, 냉장고는 물론이고 각종 조리기구와 식기, 조미료 등을 갖추고 있다. 이용자가 필요한 식재료만 가져오면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위층에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기에 과한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소소한담은 다소 불편한 위치에 자리한 작은 공간이지만 종암동 주민과 관심있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청년건축가들의 꿈이 깃들어 있는 특별한 공간에서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 경험은 어떠할지 자못 궁금하다.

청년건축가들의 작업 공간 아일 디자인 스튜디오 모습
청년건축가들의 작업 공간 아일 디자인 스튜디오 모습 ⓒ강사랑
 
주민들의 모임과 식사를 위한 공간 소소한담 모습
주민들의 모임과 식사를 위한 공간 ‘소소한담’ ⓒ강사랑

이번 건축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필자가 특히 눈여겨본 공간은 정릉동에 있는 ‘정릉기지’와 종암동에 자리한 ‘소소한담 X 아일 디자인 스튜디오’ 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청년들이 반지하를 아지트로 활용하며 주민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퀴퀴한 반지하 공간이 청년들의 코워킹 공간으로, 또한 마을 아카이브 공간으로 변신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서울에는 이처럼 숨겨진 틈새, 자투리, 나머지, 작은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새로운 가능성이 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있다. 무리해서 공간을 창출하기보다는 이러한 숨겨진 공간들을 활용하는 건축 프로젝트가 꾸준히 진행되어 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 

■ SAF서울건축문화제: 홈페이지유튜브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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