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시간여행 다녀왔어요! ‘메모리즈 인 서울’
2020년 서울 한복판에서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로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서울 시티투어버스’를 통해 11월 4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메모리즈 인 서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한 제국에서 일제강점기를 테마로 하는 ▲도심고궁남산코스, 1960년대의 레트로 감성을 담은 ▲전통문화코스, DMZ 체험을 통해 우리 민족의 아픈 현대사를 보여주는 ▲평화의길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 필자는 11월 6일 도심고궁남산코스를 통해 우리 역사를 수호한 이들을 직접 만나보았다.
빨간색 트롤리버스를 타고 과거로 여행할 생각을 하니 설레기 시작했다 ©고은정
버스를 타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빨간 버스와 목재로 된 내부, 그 안에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평생 서울 시민이었던 필자에게조차 낯설게 느껴졌다. 프로그램의 테마에 걸맞게 정말 이 버스를 타고 시간 여행을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릴 적, 할아버지 댁에 가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는데 마치 내 눈앞에서 전쟁이 벌어진 듯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이렇듯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시간여행자’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각 장소마다 어떤 역사와 인물이 얽혀 있는지, 어떤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었다.
광화문 앞 과거로 통하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마술쇼가 펼쳐지고 있다 ©고은정
필자가 체험한 ‘도심고궁남산코스’는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덕수궁, 전쟁기념관, 경복궁, 세종문화회관 등을 거쳐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한반도의 주권을 강탈당했던 일제강점기 시기,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그 누구보다 독립을 간절히 외치던 무명의 수호자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 날 시간여행자 역할은 배우는 김홍표 님이었다. 멋진 페도라와 신사복을 입고 등장하여 뮤지컬이나 드라마에서 들어봤을 법한 말투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1900년대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음악 연출까지, 배우와 스태프분들 덕에 ‘이곳이 정말 2020년 서울 그것도 광화문 한복판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하기 직전, 광화문 정류장에서 마술쇼가 펼쳐졌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점점 모여들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어 버스는 다음 코스인 덕수궁으로 출발했다.
덕수궁 앞 독립운동가 연극이 끝나고 모두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고은정
덕수궁에 도착하자 버스 문이 열리고 한 쌍의 남녀 배우가 나와 연극을 시작했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독립운동가 역할이었다. 연극이 끝날 때쯤엔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배우, 관객 할 것 없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검은 복대, 검은 의상, 검은 모자를 쓴 예술가들이 마임을 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전신이 검은색으로 뒤덮여 형체를 알아볼 수 없고, 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모습이 마치 우리를 존재하게 해준 조상들이자 가족, 친구였을지도 모르는 무명의 누군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전 출연진이 새 시대로의 출발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고은정
마지막 코스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소리꾼의 판소리가 펼쳐졌다. 새 시대로의 출발과 희망을 전하며 마치 시간 여행이 끝났음을 알리는 듯 했다. 특별히 마지막 코스에서 전 출연진이 나와 판소리에 어우러진 몸짓을 하는데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던 큰 아픔을 힘을 모아 극복해낸 것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메모리즈 인 서울에서는 코스 중간에 다양한 공연들이 섞여 있어 지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N서울타워, 창덕궁, 인사동 등 서울의 다양한 명소를 둘러보고 이에 관한 역사적 지식 또한 얻어 갈 수 있다.
2020 메모리즈 인 서울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서울 시민들을 위해 특별 이벤트도 진행한다. 홈페이지(http://www.shnesquetour.com/main#)에 ‘서울’, ‘버스’, ‘여행’에 관한 사연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테마형 서울 시티투어버스 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시간 여행을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벤트 기간 내에 꼭 한 번쯤 응모해보길 바란다.
홈페이지: 메모리즈 인 서울 http://www.shnesquetour.com/m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