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사랑받을 권리’ 생태도시포럼에서 배워요!
기후변화와 팬데믹 상황이 인류와 넓게는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17일, 서울시는 ‘생태문명과 지구법’이라는 주제로 생태도시포럼을 개최했다.
서울시가 언택트 방식으로 2020년 제 1차 생태도시포럼을 개최했다. ©서울시
생태도시포럼은 1998년 민간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발족된 생태도시에 관한 연구모임이다.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를 위해 시민, 전문가, 공무원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한 열린 형식의 포럼으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보며 채팅을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이번 생태도시포럼에서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법이 지구와 지구공동체 모든 성원의 안녕을 보장해야 한다”는 새로운 철학인 ‘지구법’을 소개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원대 박태현 교수는 지구법학과 토마스 베리를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토마스 베리는 한마디로 ‘기능적 우주론’을 주장했는데, 우주를 주체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전개과정이라고 말했다. 우주를 물리적, 물질적 실재이자 정신적, 영적 실재로 바라보는 것이다. 사진 예시처럼 우주에서의 진화과정(왼쪽)을, 지구의 생명 진화과정(오른쪽)을 통해 모두 하나의 공통된 무언가로부터 시작해 확장하고 가지를 쳐 나가는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토마스 베리는 우주의 12원칙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 중 우주의 기본법칙으로 3가지를 주장했는데, 바로 주체성의 원칙, 분화의 원칙, 친교의 원칙 등이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자연을 자원으로 보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자원을 보존한다고 생각하는데, 토마스 베리는 인간과 자연을 주체간의 상호작용, 공동체로 보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서로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관계로 설정하고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베리의 법률론에 따르면 “최우선으로 간주해야 하는 공동체는 인간 공동체가 아닌 지구 공동체가 우선해야 한다. 이에 기초한 관리체제와 법률이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인간중심에서 생명중심, 지구중심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토마스 베리의 지구법학이 나오기까기 영향을 미친 세 가지 주장이 있다. 그 첫 번째가 레오폴드의 대지윤리이다. 대지윤리의 핵심은 “인간을 대지의 정복자가 아닌 생명 공동체의 한 성원으로 바라보고, 윤리적 고려를 인간뿐만 아니라 토양, 물, 동식물 등 전체 생태계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 공동체의 통합성, 안정성,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한 것이 레오폴드의 대지윤리이다.
두 번째 사상은 ‘네스와 세션스의 심층생태론’이다. 여기에는 피상적 생태운동과 심층적 생태운동이 있는데, 피상적 생태론은 오늘날 환경운동이라고 말하는 오염과 같은 자연고갈에만 관심을 둔 것이고, 심층적 생태론은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사고를 거부하고 전체 존재의 장 안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이다. 즉, 인간과 비인간적인 영역의 이분법을 강력하게 거부하고 궁극적으로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살고 번성할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자아 실현을 할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네스와 세션스는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스톤의 자연물 권리론에 대한 설명 ©서울시 유튜브
마지막으로 지구법학의 영향을 준 것이 크리스토퍼 스톤의 자연물의 권리론이다. 스톤 교수의 ‘나무도 원고적격을 가져야 하는가?(Should Trees Have Standing?)’ 논문에서는 자연물이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이 담겨 있다. 하지만 논문이 발표된 70년대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았다고 한다. 이 내용은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이지만, 베리가 자연물이 법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큰 영감을 주었다.
토마스 베리의 지구법학, 자연의 자유와 권리를 어디까지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 유튜브
이 세가지 이론의 공통점은 “모두 자연물에게도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토마스 베리는 지구법학을 통해 “우주의 모든 성원은 다 권리를 가진 주체이며, 주체들 간의 친교(상호작용)가 우주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자유를 가질 자격으로서 권리는 인간법학에 의해 창설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주’에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지구법학의 주요 내용은 존재할 권리, 서식지를 가질 권리, 지구공동체 안에서 자신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 등이다. 한마디로 지구법학이란 “자연을 지구 공동체의 한 성원으로 보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절대성을 부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자연의 관리를 최초로 헌법에 담은 에콰도로와 뉴질랜드의 입법사례도 소개했다. 에콰도르는 “자연과 조화하면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시민의 웰빙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좋은 삶의 방식이다”라는 자연 권리 조항을 도입했으며, 뉴질랜드도 산림과 강에 법인격을 부여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와 함께 박교수는 ‘도시생태현황도(비오톱)’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비오톱(BIOTOPE)은 생명(BIO)과 장소(TOPES)의 합성어로서 도심에 존재하는 생물 서식공간을 지칭한다. 이는 “비오톱 평가 1등급으로 지정된 곳은 보존해야 한다”는 개발행위 기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 주장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판례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비오톱 1등급으로 지정된 토지는 생태환경 보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비오톱은 생명과 장소의 합성어로 생물 서식공간을 지칭한다. ©서울시 유튜브
발제에 이어 아주대 오동석 교수와 생태보존시민모임의 민성환 대표의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오 교수는 지구법학이 가진 고민과 한계에 대해 피력했다. 지구의 위기 문제의 원인이 된 서구 자본주의 심화와 경제 성장에 대한 욕구 등 자연 파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가치 주장만으로는 법 체계 운영에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생태 문제는 소유권과 재산권의 문제와 부딪힐 수 밖에 없어 양립하기 어렵고 더욱이 이 문제는 민주주의 관점으로만 해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기존의 법리에 갇혀있기보다는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하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법으로도 다소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 전문에 인류공영에 이바지 해야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나 지구 전체 관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 개발과 토지 보존의 문제도 숙의민주주의 같은 절차를 추진해내는데 어려움은 있겠지만 정책이나 법률에 실제 반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생태도시포럼은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채팅창을 통한 시민들의 참여도 중요했다. 포럼을 관람한 시민들은 궁금한 내용을 채팅창에 남겼고, 패널들은 이에 대한 대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서울시가 쌍방향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이번 포럼에서 비오톱이라는 용어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자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0년 제 1차 생태도시포럼 다시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Q5O62dtwa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