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여행법! 광희문 달빛로드 역사투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은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경향이 짙어졌다. 필자 역시 예전에는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 나들이를 즐겼다면, 지금은 북한산 둘레길이나 한양도성 성곽길을 걷는다. 며칠 전 아이들과 함께 걸었던 성곽길에는 동행인이 한 명 더 늘었다. 중구 도보관광해설사와 광희문 중심으로 도는 역사문화 탐방프로그램 ‘광희문 달빛로드 역사투어’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마침,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이 우리 팀밖에 없었기에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순성길에 오를 수 있었다.
광희문 달빛로드 역사투어가 시작된 곳은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 앞이다. 시간에 맞춰 찾아가니 해설사 선생님과 흥인지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제를 바르는 것부터 도보관광의 시작이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법인 셈이다. 해설사 선생님이 서울 한양도성 관광안내 지도를 한 장씩 나눠주면서 한양도성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로써 본격적인 광희문 달빛로드 역사투어가 시작되었다.
한양도성에 대해 설명 중인 해설사 ⓒ김수정
1396년 조선은 새로운 수도 한양에 전국의 백성 약 20만 명을 동원하여 단 98일 만에 18.6km의 거대한 도시 성곽인 한양도성을 건설하였다. 백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 능선을 따라 평지, 산지 및 구릉지 구간을 연결하여 축성하였다. 한양도성에는 사대문과 사소문인 8개의 성문, 2개의 수문, 2개의 곡성이 설치되어 있다. 탐방의 첫 시작점인 흥인지문을 비롯하여 숭례문, 숙정문, 돈의문이 사대문으로 돈의문은 터만 남아있다. 사대문은 인의예지를 동서남북에 각각 대응시켜 이름 붙였다.
사대문의 하나인 흥인지문 ⓒ김수정
흥인지문을 등 뒤로하고 2개의 수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 구간에는 성곽은 소실되어 없지만, 바닥에 성곽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청계천 물길이 흐르는 곳에서 오간수교 아래로 내려갔다. 성벽 아래로 청계천이 흐를 수 있도록 만들었던 오간수문터를 보기 위해서다. 5개의 수문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으로 지금은 모형만 남아있다. 오간수교 아래 벽에는 1760년 영조가 개천 준설에 공이 있는 신하에게 내린 ‘영조어필’과 1773년 석축 공사 완공 후 준천에 대한 영조의 공덕을 찬양하여 채제공이 지은 ‘준천가’가 걸려있다. 홍수 때 물이 범람하여 백성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했던 영조의 업적을 엿볼 수 있다.
한양도성 순성길 ⓒ김수정
1760년 영조가 개천 준설에 공이 있는 신하에게 내린 ‘영조어필’과 1773년 석축 공사 완공 후 준천에 대한 영조의 공덕을 찬양하여 채제공이 지은 ‘준천가’ ⓒ김수정
다시 다리 위로 올라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으로 향했다.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한 DDP도 볼거리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수문, 이간수문이있다.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DDP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발굴되었다. 남산에서 흘러온 물길은 도성 밖에서 청계천 본류와 합류하는데 물이 수문 밖으로 나갈 때, 기둥에 미치는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문 사이에 뾰족하게 돌을 세워두었다.
DDP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간수문 ⓒ김수정
이간수문에서 걸어나오면 성벽을 만나게 되는데 불쑥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치성이다. 한양도성의 평지구간인 흥인지문에서 광희문까지 모두 5개의 치성이 있었으나 일제의 도성 파괴로 모두 사라졌다. 현재 볼 수 있는 것은 DDP 건축 과정에서 발굴 조사되어 정비된 것이다.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하기 위한 치성 ⓒ김수정
동대문역사문화공원까지 길게 표시되어 있던 성곽길은 큰 도로변에서 막힌다. 길 건너 학교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빙 둘러 도착한 곳은 사소문의 하나인 광희문이다. 사소문은 사대문 사이사이에 배치한 것으로 왕이 지나던 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인조가 청나라의 침입으로 남한산성으로 피신하는 길에 광희문을 통과하게 된다. 역사에서 가슴 아픈 사건이다. 광희문 아래로 들어가 천장을 바라보니 청룡이 꿈틀거리고 있다. 동서남북을 인의예지로 대응시켰던 것처럼 청룡, 백호, 주작, 현무도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소문의 하나인 광희문 ⓒ김수정
광희문 아래 천장에는 청룡이 꿈틀거리고 있다 ⓒ김수정
광희문을 거쳐 다음 코스로 가는 길에 대장간을 만났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대장간이라니! 조선시대 대장간이 밀집되어 있어 풀무재라고 불리던 곳이다. 한때는 160여 개에 이르는 대장간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몇 개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손수 농기구를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아직도 남아 있는 대장간에서는 손수 농기구를 만들고 있다 ⓒ김수정
대장간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좁은 골목,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예쁜 꽃밭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개미골목이다.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할머니들과 지나가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저씨들은 정겹기만 하다. 개미골목을 지나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만한 골목길이 나온다. 조선시대 동활인서가 있던 뒷골목이다. 활인서는 병자와 갈 곳이 없는 사람을 수용하여 구활하던 곳으로 동활인서와 서활인서가 있었다.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예쁜 꽃밭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개미골목 ⓒ김수정
개미골목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김수정
DDP와 함께 화려한 빌딩들이 우뚝 솟아 있던 거리에서 길을 하나 건넜을 뿐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나게 된다. 이곳이 바로 서울이다. 과거와 현재, 빌딩과 낮은 집, 패션피플들과 대장장이 등 이 모든 곳이 어우러진 곳이다. 서울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활기 넘치게 살아가고 있다. 어디 멀리 여행 갈 생각하지 말고, 서울의 구석구석을 마치 여행 다니듯 즐겨보자. 서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여행법이다.
■ 광희문 달빛로드 역사투어 참여정보
○ 소요시간 : 약 2시간
○ 운영시간 : 화, 목, 토, 10시, 14시, 17시
○ 참가비 : 무료
○ 집결장소 : 1호선 동대문역 6번출구 앞
○ 투어운영 : 4인 이상 신청시 프로그램 운영, 최대 참여인원은 10인
○ 예약사이트 : https://yeyak.seoul.go.kr/reservation/view.web?rsvsvcid=S200406095346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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