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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감염증 환자 다녀간 곳, 가도 되나요?

공항철도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공항철도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의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지나간 자리

요즘이야 이런저런 책이 많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70년대만 해도 책이 다양하지 않았습니다. 문학은 그냥 손바닥만 한 ‘삼중당문고’로 읽었습니다. 참고서도 마찬가지였지요. 영어는 ‘성문종합영어’, 수학은 ‘수학의 정석’ 같은 식이었지요. 이렇게 압도적이지는 않았지만 생물에는 ‘로고스 생물’이 있었습니다. 제가 고3때 이 책의 저자에게 직접 배웠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그때는 ‘비루스’라고 했던) 바이러스에 대해 배우는 날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비루스는 숙주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동물성 비루스, 식물성 비루스, 세균성 비루스로 말이다. 정모! 만약에 정모가 비루스에 감염되었다고 한다면 그 비루스는 어떤 비루스이겠는가?”

저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당당히 대답했습니다. “세균성 비루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요놈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야, 임마, 네가 세균이냐? 비루스는 숙주에 따라 구분한다고 했잖아. 정모, 네게 기생해서 사는 비루스가 세균성 비루스면 네가 세균이란 뜻이야?”라고 반문하셨죠. 이때 아이들은 크게 웃었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들 뜨끔 했을 겁니다. 자기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을 했을 것 같거든요.

이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숙주(宿主)’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생겼습니다. 숙주는 ‘하룻밤 묵어가는 집의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바이러스는 숙주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생명체입니다. 사실 생명체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랍니다. 딱히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닌 모호한 존재죠. 어딘가에 기생해야만 살 수 있는 존재입니다.

여기에는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화학반응입니다. 화학반응은 쉽게 일어나지 않지요. 촉매가 있어야 합니다. 촉매는 중매쟁이 같은 겁니다. 중매쟁이는 A와 B가 결혼을 하도록 도와주지만 자기가 직접 결혼은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촉매도 A와 B가 반응을 일으키도록 도와주지만 자신은 반응에 참여하지는 않죠.

단백질 효소가 바로 촉매입니다. 단백질 효소가 없으면 생명활동은 일어나지 않아요. 단백질 효소가 생명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바이러스는 이 단백질 효소가 없습니다. 유전자와 껍데기만 가지고 있어요.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효소는 숙주의 것을 사용합니다. 하는 일 없이 얹혀산다고 해서 기생(寄生)한다고 합니다.

바이러스가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안으로 밀어 넣으면 숙주의 효소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복제해서 증식시키죠. 이 유전자들이 다시 바깥으로 나올 때 숙주 세포를 파괴합니다. 이때 숙주에게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기도 하고 때로는 심각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어릴 때 입 양쪽 끝이 자주 짓물렀습니다. 우리 엄마는 ‘입이 커지려고 그러나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같은 경험을 자주 해도 입이 실제로 커지지는 않았습니다. 엄마 말이 항상 맞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건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생긴 일입니다. 전 세계 사람 가운데 절반은 헤르페스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헤르페스가 잘 숨어 있다가 숙주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올커니!’ 하고서 (의사들은 포진과 홍반을 일으킨다고 표현합니다만) 피부를 짓무르게 하지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헤르페스에 감염되어 있지만 우리는 헤르페스를 박멸하려 하지 않습니다. 별일 없잖아요. 얹혀살아도 주인에게 큰 폐가 안 되면 주인이 내쫓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홍역은 어떨까요? 홍역도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입니다. 헤르페스처럼 우리 몸에 기생하죠.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기생하지 못하게 하는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왜냐하면 건강에 치명적이거든요. 가끔 생명을 빼앗기도 해요.

천연두는 더 심각했죠. 천연두도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는 병입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전략을 잘못 짰어요. 천연두에 걸리면 거의 죽습니다. 이게 문제예요. 자기 숙주가 죽으면 어떻게 되나요? 천연두 바이러스 자신이 기생할 곳이 없어지잖아요. 숙주를 다 죽여서 자기가 기생할 곳을 잃게 됩니다. 다행히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라지기 전에 먼저 백신으로 천연두 바이러스를 아예 지구에서 박멸시켜버렸죠.

아무튼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nCoV-2019) 감염증 때문에 전 세계가 혼란스럽습니다. 감염증 환자가 지나간 곳에 우리가 가면 안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가 만졌거나 환자의 침이 튄 곳이라도 (최근에는 5~7일이라는 과도한 주장도 있지만) 2~3일만 지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숙주 바깥에 나온 바이러스는 즉시 새로운 숙주를 찾아야 해요. 보통의 경우 숙주 없이 바깥에서 3시간 방치된 바이러스는 사라집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이 지나간 곳을 자세하게 압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소독까지 마쳤지요. 크게 걱정하지 마시고 빵집도 가고 식당도 가고 극장도 가셔도 됩니다. 정부에서 극성스럽게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평소처럼 지내면 됩니다. 손만 열심히 씻으면서 말입니다. 제 내과의사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의사 생활 수십 년 동안 올해처럼 감기 환자가 없는 겨울은 처음이야.” 왜 그럴까요? 온 국민이 손을 열심히 씻고 있기 때문입니다.

퀴즈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성, 식물성, 세균성 중 어떤 바이러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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