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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잇는 가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전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2020 장애·비장애 문화예술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2020 장애·비장애 문화예술 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선미

도심 속 늘 고요하던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모처럼 분주했다. 2020 장애·비장애 문화예술 동행프로젝트 ‘같이 잇는 가치’가 시작되던 지난 16일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찾았다.
‘같이 잇는 가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을 위한 서울문화재단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이는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함께 살아가며 ‘장애 예술인’이 차별받지 않는 창작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취지로 진행되며, ‘다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려는 공공프로젝트다.
지난 16일, 17일에 ‘일상의 조건’과 ‘창작으로의 연대’라는 주제로 2개 포럼이 열렸고, 현재 ‘Becoming { } 비커밍’, ‘스테레오 비전(STEREO VISION)’, ‘동심원(圓)’ 등 세 개의 기획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같이 잇는 가치’는 장애 예술인이 차별받지 않는 창작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
‘같이 잇는 가치’는 장애 예술인이 차별받지 않는 창작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 ⓒ서울문화재단

역사박물관 지하 2층에서 진행되는 ‘Becoming { } 비커밍’전은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들의 전시다. 이 스튜디오는 국내 최초의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으로, 매년 입주 공모를 통해 시각예술분야 장애 예술가 12명에게 입주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도 12인의 예술가가 약 40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12인의 ‘비커밍 { }’ 전시가 지하2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12인의 ‘비커밍 { }’ 전시가 지하2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선미

전시를 둘러보다 문득 ‘장애예술’ 혹은 ‘장애 예술가’라는 개념 자체가 또 다른 차별을 부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은 사실 작가들 자신이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고민하는 지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전시는 작가들이 ‘지금, 여기, 오늘’ 하고 있는 미술이 무엇인지를 주목하고자 한다고 밝힌다. 12명의 작가는 저마다 자기성찰을 통해 자아와 자신의 삶에 능동적으로 관계하고 자신의 존재 방식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박순덕 할머니’, 정은혜 작가
‘박순덕 할머니’, 정은혜 작가 ⓒ이선미

전시의 제목 ‘비커밍(Becoming) { }’은 ‘어떤 것이 스스로 다른 것이 되어가는 것으로 동일 상태에 머무는 존재의 고정성(固定性)에 대립’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인간은 모두 가변적인 존재다. 그리고 중괄호가 이어진다. 장애를 갖고 있는 작가는 어떤 변화를 향하고 있을까? 혹은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저 괄호 안에는 무엇이 담기게 될까? 궁금해진다.

오디오 가이드로 더 자세한 관람이 가능하다.
오디오 가이드로 더 자세한 관람이 가능하다. ⓒ이선미

‘스테레오 비전(STEREO VISION)’은 장애, 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한 공동 창작 워크숍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는 전시다. 서울문화재단의 창작공간 네 곳(금천예술극장, 서울무용센터, 신당창작아케이드,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입주 예술가들이 실험적인 공동창작 모델을 시도했다.

‘스테레오 비전’이 설치된 지하1층 전시실
‘스테레오 비전’이 설치된 지하1층 전시실 ⓒ이선미

‘스테레오 비전’은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섣불리 재단하고 뛰어넘으려 하기보다 각 예술가의 고유한 감각과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창작 활동 자체에 더 주목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록은 공동창작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협업 구조와 예술가 사이의 시각적 언어를 발굴해내기도 한다. 전시는 “장애, 비장애, 관계 맺기, 그리고 예술적 실천을 주어로, 극복하기보다는 온전히 대면하고, 뛰어넘기보다는 같이 머물며,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다시 묻고자 한다”고 밝힌다.


‘스테레오 비전’은 장애, 비장애 예술인이 함께한 공동 창작 워크숍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이선미

‘동심원’은 장애아동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프로젝트A를 통해 마련된 전시다. 예술적 잠재력이 있는 장애 어린이들과 청년 작가들이 일대일 멘토링을 통해 저마다의 예술 세계를 풀어놓았다. 놀이터로 아이들을 불러모으는 것처럼 프로젝트A는 예술을 놀이처럼 이끌어냈다. 말하자면 ‘동심원’은 놀이터다. 최종 결과물인 작품만이 아니라 멘토와 함께 창작이 진행되는 과정을 영상으로도 전하고 있다.

동심원은 장애아동 창작지원
동심원은 장애아동 창작지원 ‘프로젝트A’를 통해 마련된 기획전시다. ⓒ이선미

장애아동과 청년 작가가 함께 놀이처럼 예술세계를 펼쳐놓은 ‘동심원’ 전시
장애아동과 청년 작가가 함께 놀이처럼 예술세계를 펼쳐놓은 ‘동심원’ 전시 ⓒ이선미

조선시대에 형장이었던 서소문성지에서는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장애’를 뛰어넘고 극복하기를 갈망했던 선현들이 이슬처럼 사라지곤 했다. 그런 역사적 현장에서 문을 연 전시 ‘같이 잇는 가치’의 의미가 조금 더 새롭게 다가오는 듯하다.

캐나다 작가 티모시 슈말츠의 ‘노숙자 예수’
캐나다 작가 티모시 슈말츠의 ‘노숙자 예수’ ⓒ이선미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일상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했던 한여름의 부자유만으로도 힘든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 부자유 역시 장애였다. 수필가이자 번역가로 아름다운 작품들을 전해준 고 장영희 교수는 소아마비 장애를 갖고 있었다. 안식년을 미국에서 보내고 온 그는 ‘장애를 무슨 훈장처럼 대해주는’ 사회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장애인으로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적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야 ‘같이 잇는 가치’를 향해 한 발을 내딛고 있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Becoming { }’ 전시를 비롯한 세 개의 기획전시는 11월 4일까지 계속된다.
‘Becoming { }’ 전시를 비롯한 세 개의 기획전시는 11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선미

전시는 11월 4일까지 이어진다. 장애에 불편한 제도나 장치들을 바꿀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한 가족이 감당해야 할 일도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함께 지탱해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같이 잇는 가치’ 기획전시
– 기간 : 2020. 10. 16.(금) ~ 11. 4. (수)
– 장소 :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B2 기획전시실, B1 로비공간
– 위치 : 서울시 중구 칠패로 5
– 이용시간 : 월요일 휴무, 09:30-17:30
– 홈페이지 : https://www.seosomun.org/main.do
– 문의 : 02-3147-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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