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공감가는 ‘서울미술관’ 올해 첫 기획 전시
현대인들에게 도시의 밤이 주는 감수성은 낮보다 더 특별하다. 어두운 도시, 화려한 조명 사이로 색다른 감정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 감수성’이란 거대 도시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형성된 문화 현상 중 하나다.
서울미술관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은영
서울미술관의 2020년 첫 기획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감수성에 주목했다. 과거와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도시와 함께 삶을 살아온 새로운 세대들에게 고향과 그리움의 대상은 더 이상 자연과 촌락이 아닌지도 모른다. 대도시의 삶에 기반을 둔 그들의 고향은 ‘화려한 네온사인’, ‘대중교통 수단’등을 기반 삼아 그것들을 향수의 대상으로 소환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은 도시가 만들어 지면서 인류에게 강한 충격을 주었으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문화를 조성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관계가 점점 더 비대면화 되어가는 포스트코로나의 시대를 맞아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 외롭게 되는 길’을 실천하고 있는 현대인의 도심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가 궁금해 직접 미술관을 찾았다.
서울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가 열리고 있다. ⓒ박은영
부암동에 위치한 서울미술관에 가기 위해 1020번 버스를 갈아타고 ‘자하문터널입구, 석파정’에서 하차했다. 30m 앞에 바로 미술관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수칙은 이제 필수사항이다. 사전예약을 하고, 거리두기로 손 소독 후 발열 체크와 QR 코드를 확인했다.
현대인의 도시 감수성을 자극하는 전시다. ⓒ박은영
도시와 또 도시에서 삶을 사는 현대인에 대한 작품들은 때로 외로움과 고립, 서로가 단절된 분위기를 풍겼다. 그 중 작가 나수민은 아름답게 빛나는 청순을 조명했다. 노동 현장 이야기를 통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춘들을 묘사한 작품들은 씁쓸한 현실의 단면과 같았다. 또한, 사람에게 필요한 식사시간의 단면을 묘사한 이채원 작가의 작품 역시 저마다의 상황과 이야기를 안고 있었다. 식탁에 둘러 않아 식사하는 것, 가장 평범함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의식처럼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름답게 빛나는 청춘과 현실의 단면을 만나게 하는 작품들. ⓒ박은영
어린 소녀와 그 곁의 거대한 반려견을 표현한 정우재 작가의 작품은 인간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꿈꾸는 이야기다. 여린 사춘기 소녀의 모습은 흔들리고 불안한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다. 바쁜 도시 속 지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는 반려동물, 연약하고 의지가 필요한 소녀와 현실 세계에 존재할 수 없는 크기의 반려견은 무섭거나 거대하다는 느낌이 아닌 의지하고픈, 따뜻한 위로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반려견이 주는 위로와 안정감을 표현한 작품들. ⓒ박은영
정소윤 작가의 작품은 섬세하고 독특했다. 재봉틀로 실을 엮으며 가족과 사람들을 추모하며 동시에 복원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며 힘든 시절을 겪은 작가는 전국에서 몰려와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뒤엉킨 모습과 더불어 불안함을 잠식시키는 평온한 얼굴과 순간들을 포착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두려움과 갈등, 질병도 없는 무한의 포근한 공간이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직조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
재봉틀 실을 엮어 가족과 사람들을 추모한 포근한 작품 ⓒ박은영
서울미술관은 여러 작가들의 작품과 동시에 곳곳에 색다른 구조물들을 조성 포토존을 만들었다. 국내외 참여 작가들이 펼쳐낸 도시와 아파트, 일상과 노동 등을 묘사한 작품들은 도심을 살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예술 경험을 통해 관람객들은 과거와는 다른 도시를 기반으로 한 정서를 공유하며, 잔잔하고 신선한 감정의 여운을 느낄 것이다.
통합입장권으로 이중섭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박은영
사전예약하는 서울미술관 입장권은 ‘통합입장권’이다. 때문에 미술관 관람이 끝나면 이중섭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신관 미술관과 더불어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쓰였던 ‘석파정’을 관람할 수 있다. 천년송이라 불리는 소나무와 가을 단풍을 구경하고 서울 전경을 내려다 볼 수도 있다. 미술관을 나와 9분 남짓 걸으면 갈 수 있는 윤동주문학관을 찾아도 좋다.
윤동주문학관도 지척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박은영
도심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또 다른 모습에 주목한 서울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통해 그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 서울미술관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展
○ 기간: 2020.09.16 – 2020.12.31
○ 장소: 서울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11길 4-1
○ 운영시간: 수~일요일 10:00~18:00, 신관 및 석파정 11:00~17:00(월, 화 휴관)
○ 입장료: 일일입장권 5,000원, 통합입장권 성인 11,000원, 우대/학생 7,000원, 어린이 5,000원
* 사전예약자 우선 입장, 당일 현장 발권 가능, 사전예약 바로가기
○ 홈페이지: https://seoulmuseum.org/
○ 문의: 02-39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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