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 바로 여기야!
“저녁이 노을을 데리고 왔다 / 환희에 가까운 심장이 짜릿한 밀애처럼 / 느린 춤사위로 왔다 / 나는 그와 심장을 나눈 사이.. 노을에는 내가 활활 타오르고 / 나에게는 노을이 광기처럼 잠자는 울음을 깨운다 / 노을의 심장 위에 내 심장을 포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시인 신달자의 시 ‘심장이여! 너는 노을’의 일부이다. 시인의 말처럼 심장과 노을의 포개짐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을 찾았다.
노을전망대에서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풍경을 볼 수 있다. ⓒ최용수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에 코로나19는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너와 나, 솔선하며 지켜왔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평범한 일상을 사라지게 하였고 우울감과 갑갑함을 키워가고 있다. 회색도시에서 집콕, 방콕은 문화적 감성까지 메마르게 한다. 이럴 때 자연과 더불어 조망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얼른 가보고 싶지 않은가. 바로 상암동 노을공원이 그런 곳이다.
강변북로에서 노을공원 정상에 이르는 558개의 계단은 운동마니아와 연인들이 애용한다.ⓒ최용수
노을공원은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던 난지도 제 1매립지에 조성되었다. 과거 난지도는 땅콩과 수수가 재배되던 한강어귀의 낮은 섬이었다. 수색이 고향인 친구는 “난지도는 원래 철새들의 낙원이었고, 한강변은 어릴 때 멱을 감고 놀던 물 놀이터”라고 회상했다. 그런데 1978년 서울시가 쓰레기 매립을 시작한 후 1993년에는 거대한 쓰레기 산이 되었다. 폐비닐과 종이가 날아다니고 연기와 악취가 지독한 서울의 대표적인 혐오시설이 되었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계기로 1996년부터 6년간의 안정화공사 끝에 2002년 5월 1일 지금의 월드컵공원(총 2,284,085㎡)으로 변신하였다.
노을조각공원에 설치된 김영원 작가의 ‘그림자의 그림자’ 작품 ⓒ최용수
노을공원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물론 지하철 6호선을 이용해도 된다. 주차장 앞에서 맹꽁이전기차를 타니 편하게 노을공원 정상에 데려다준다. 운동을 원하면 걸어도 즐겁다. 주차장에서 도보 10분이면 넉넉한 거리, 입구의 안내판이 노을공원은 월드컵공원의 5개 테마 공원 중 가장 서쪽 공원임을 말해준다.
조각공원에 나들이 나온 아기와 엄마, 여유로움이 느껴진다.ⓒ최용수
안내센터에서 왼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넓은 녹색의 잔디밭에 커다란 조각품이 있다. 조각공원이다. 국내 원로 작가 10명의 조각품들이 전시된 ‘조각공원’이다. 쉼표처럼 하나씩 자리 잡은 조각공원, 작품명 ‘그림자의 그림자(홀로서다)_김영원’는 소인국에 간 걸리버가 된 듯 20여 미터나 되어 보이는 홀로 선 사람은 보는 각도에 따라 반쪽 인간이 되기도 한다. ‘약속의 땅(강희덕)’, ‘자연+인간 _ 숨쉬는 땅(김광우)’, ‘난지 오로라(최만린)’, ‘도전(박종대)’, ‘확산공간(이종배)’ 등 작품 전체를 감상하려면 30여분은 투자해야 한다. 여백이 넉넉한 전시장은 시간과 공간의 여유로움은 물론 삶에 대한 성찰과 감회를 깊게 해준다. 작품에 설명이 없으니 상상의 나래는 관람객의 몫이다.
바람의 언덕에서 내려다본 난지캠핑장과 한강 풍경 ⓒ최용수
조각공원에서 한강을 향해 나오면 노을공원 정상의 내부 탐방로이다. 흙냄새 가득한 탐방로, 한강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바람의 언덕을 만난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한다. 발아래 강북강변도로를 달리는 차량행렬의 속도감은 시원함을 보태준다. 한강수변공원의 난지캠핑장은 흡사 몽골의 유목민 텐트촌 풍경이다. 탁 트인 조망은 코로나19로 쌓인 갑갑함을 일순간 씻어준다.
바람의 언덕에서 서쪽 끝으로 나아가면 노을전망대이다. 노을전망대는 저녁 해질 무렵이 제일 좋다. 유유히 흐르는 백색의 한강하류, 해넘이 시간이 다가오자 어느 새 붉은 옷으로 갈아입는다. 물길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궁산, 개화산, 행주산은 물론 멀리 계양산까지 노을 진 한강의 배경이 되어준다. 이날도 시민들은 기념사진 찍기에 바쁘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노을전망대는 당신의 마음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노을공원 외곽탐방로는 흙길이라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최용수
이 외에도 노을공원에는 가족캠핑장과 반딧불이 서식지, 생태습지, 바람의 광장, 파크골프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산책을 좋아한다면 탐방로를 걸어도 좋다. 흙길 내부탐방로는 1.6km이고, 노을공원 중턱을 따라 한 바퀴 돌아오는 외곽탐방로는 2.5km나 된다. 도란도란 걸어도 좋고 동아리와 라이딩을 해도 좋다. 도심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흙냄새 물씬 나는 산책로는 그 자체가 매력이다.
노을공원후문안내센터에서 정상으로 향하는 산책로,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준다. ⓒ최용수
장기간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치는 요즘이다. 전시장 등 대부분의 실내 문화공간은 폐쇄되었고, 갑갑한 집콕 생활이 우울하게 느껴진다. 이럴 때 코로나19 감염 걱정없이 마음껏 걸을 수 있는 노을공원을 추천한다. 드넓은 녹색 잔디밭에세 조각품을 감상하고, 전망대에 올라 자연과 하나됨을 느껴보자. 한적한 시골길 같은 산책로는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줄 것이다. 가장 자연 친화적인 노을공원의 속살은 가족나들이 장소로서 가장 큰 매력이다.
■ 노을공원
○ 위치: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 개방시간 : 매일 05:00 – 22:00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parks.seoul.go.kr/template/sub/worldcuppark.do
○ 문의 : 0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