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담배꽁초 수거함’으로 청결에 재미를 더하다!
영등포 대표 상가인 ‘영등포 삼각지’에 설치된 ‘꽁초픽’ 수거함 ⓒ조시승
최근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 골칫거리가 늘고 있다. 바로 거리에 무단으로 버려지는 담배꽁초들이다.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그때뿐이다. 담배꽁초 투기는 미관상 좋지 않을 뿐더러 빗물에 하수도로 씻겨내려가 환경을 오염시키기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영등포구와 구로구가 거리의 골칫덩이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냈다.
영등포구는 담배꽁초 쓰레기통 ‘꽁초픽’ 설치를 제안해 올해 3~5월 다자인 공모를 거쳐 6월부터 320여 개 상점이 밀집되어 있는 ‘영등포 삼각지’ 등에 70개소를 설치했다. 구로구는 6월 15일 대표적 상가 지역 ‘우마길 문화의 거리’에 주민투표를 겸할 수 있는 담배꽁초 수거함 ‘꽁초픽’ 10개소를 설치했다.
담배꽁초 수거함이 영등포 로데로거리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조시승
‘꽁초픽’은 담배꽁초의 ‘꽁초’와 선택을 뜻하는 ‘픽(pick)’의 합성어로, 전용 쓰레기통에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시민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아이디어 쓰레기통인 셈이다.
‘꽁초픽’ 상단에 설문조사 질문이 적혀있고 바로 아래 왼쪽과 오른쪽에 답변이 적혀있다. 꽁초를 버리는 시민은 자신이 생각하는 답이 적힌 투입구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된다.
이를 테면 ‘영등포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이라는 질문에 ‘도서관’ 또는 ‘공원’ 중 답을 골라 담배꽁초를 버린다. ‘영등포 대표 공원은?’이라는 질문에는 ‘영등포공원’ 또는 ‘선유도공원’이라고 적힌 곳 중 마음에 드는 한 곳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방식이다.
꽁초 투표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담배수거함 전면부를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해 투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시민의식을 알아보는 예민한 질문의 경우엔 답을 볼 수 없게 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영등포 하면 떠오르는 백화점은?’이라는 질문에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중 답하는 담배꽁초 수거함이 그러했다.
영등포 삼각지에 설치된 담배꽁초수거함 ‘꽁초픽’ ⓒ조시승
특히 영등포구는 기존에 관에서 설치한 쓰레기통이 관리 부실로 주변까지 지저분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영등포동 주민센터-영등포동 중앙자율방범대-상점주’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민간 주도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10개의 쓰레기통을 묶어 구와 1:1로 협약을 체결한 영등포삼각지 내 상인은 상점 앞에 높인 ‘꽁초픽’ 청결상태를 수시로 관리하고, 동주민센터와 협의해 담배꽁초 쓰레기통의 질문지를 교체하는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또한 상인 순찰 조직인 영등포동 중앙자율방범대가 수시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관 주도가 아닌 주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체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한 흡연가가 담배꽁초를 ‘꽁초픽’ 수거함에 버리면서 투표하고 있다. ⓒ조시승
앞으로 구는 향후 ‘꽁초픽’에 대한 디자인 실용신안 등 관련 특허 취득을 추진하고 전 동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꽁초픽은 소통과 협치로 이뤄낸 진정한 주민자치의 결과물이다.”라며 “담배꽁초 수거함을 통해 확인된 구민의 의견은 향후 구정 운영에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 구로구(구청장 이성)도 대표적인 상가 밀집지역인 가리봉동 ‘우마길 문화의거리’에 ‘넛지 효과형’ 담배꽁초 쓰레기통 10개를 시범 설치·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넛지’란 마케팅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해 관심을 끌게 하되 선택은 소비자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질문지와 선택지는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시민들의 반응과 효과를 지켜본 후 향후 확대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은 1m 높이로 직사각형 형태다. 상단에 구로구와 관련된 질문지를 보고 두 개 중 원하는 답에 꽁초를 버릴 수 있도록 제작했다. 시민들의 의견은 전면 투명창의 쌓인 꽁초를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구는 질문지와 선택지를 지역 주민들과 논의해 주기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구로구는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을 설치한 곳의 상가주와 관리·운영 협약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설치 지역의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나아가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 의식을 갖는 계기를 마련했다.
담배꽁초가 많이 배출된 점포에 ‘꽁초픽’이 설치된 이후 점포앞이 깨끗해졌다. ⓒ조시승
‘꽁초픽’을 만드는 데 기초를 세운 영등포구청 청소과 김청섭 주무관은 “올해 3~5월까지 문래 로데오거리를 중심으로 총 70개소에 ’꽁초픽‘을 설치, 주민들과 상인들로부터 모두 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다”고 말하며 “특히 해당지역은 1층에는 상가 2층에는 주거시설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아 담배꽁초를 투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점차 쾌적한 환경으로 변모하는 삶의 현장 모습에 감사인사까지 전해 오는 사람들도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청결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영등포구와 구로구의 노력이 결실맺어 여타 구에도 전파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