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은 되는데 탁구장에선 재난지원금 왜 못쓰나요?"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 2020.05.23 06:00
사진은 지난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소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소상공인 카드매출이 전년 수준으로 회복한 가운데 21일 오후 대전 동구 중앙시장이 장으로 보러 나온 시민들로 활기를 보이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헬스장은 되는데 비슷한 체육시설인 탁구장은 왜 안 되나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에 최근 접수된 민원 사례다. 한상총련 관계자는 22일 정부가 전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지원재난금과 관련해 "일상 스포츠, 여가 스포츠를 즐기는 레저업체인데 주류 등을 판매하는 유흥사치업종으로 제한돼 혜택을 보지 못해 아쉽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탁구장과 당구장, 스크린 골프장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왜 우리 가게에선 재난지원금을 사용하지 못 하느냐"는 아우성이 들린다. 특수를 누리는 동네마트나 편의점 등과 달리 유흥사치업으로 분류된 상인과 자영업자, 대형마트 입점 일부 업체 등은 여전히 어렵다고 호소한다. 정부에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탁구장이 노래방과 같다고? '헬스장'은 되는데…"


/사진=이미지투데이

스크린 골프장, 탁구장, 당구장 등의 업종은 대부분 주류 등을 취급하는 유흥사치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대상이어서 소비 활성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원이 쏟아지자 한상총련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제한 업종에 포함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생존 위기에 몰려 있다"며 "유흥사치업종으로 분류된 영세 사업자들은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기고, 이젠 재난지원금 사용도 제한돼 외면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총련은 특히 "스크린 골프장, 탁구장, 당구장 등 스포츠 여가 업종을 필드 골프장이나 유흥사치업종과 함께 제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사용처 제한을 풀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대형마트 입점, 사용 불가…오던 손님도 끊겼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지난 2월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이 지난 10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0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돼 휴점을 결정,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사진=뉴스1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입점한 자영업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재난지원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임대 매장 중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개별 가맹점 등록 업체에선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 국한돼 있다는 게 문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전국 대형마트 점포에 입점한 소상공인 임대 매장 9844곳 중 2695곳(27.3%)만 재난지원금 사용처로 분류된다.

한 대형마트 의류매장 매니저인 A씨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로 손님이 한 명도 없어도 출근하고 하루 14시간씩 근무하는 대형마트에 입점한 의류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주말에 손님이 좀 있는가 싶었는데 재난지원금 사용이 안 된다는 말에 발길이 끊겼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대형마트 안에 있다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쓸 수 없는데 손님들도 안타까워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고객들이 다시 찾아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동네 가구대리점 대신 이케아…사용처 제한해라"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지난 4월29일 서울 강동구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오는 30일 현대백화점 천호점 9층에 공식적으로 문을 여는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는 홈퍼니싱 컨설턴트를 통한 플래닝 서비스를 제공한다./사진=뉴스1


가구업계에선 사용처를 제한해 영세 자영업자를 살려 달라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특수를 기대했지만 글로벌 가구유통 공룡인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로 손님이 몰리면서 피해를 보고 있어서다.

이케아는 가구 외에 주방용품, 생필품, 음식 등을 판매한다. 사실상 대형마트 영업을 하고 있지만 재난지원금 결제가 가능하다. 한샘 부회장인 이영식 한국가구산업협회 회장은 "재난지원금의 사용 목적은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구제하는 것"이라며 "지원금을 대형 업체(이케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정부의 행정 착오"라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으로 가구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동네 가구 대리점이 아닌 이케아에 몰려 영세업자들의 고통이 크다는 것이다. 이케아 등 대형 가구업체들의 매출은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달 중순부터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경제 활성화 위해 재난지원금 사용처 조정 검토"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지난 19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지난주부터 신용·체크카드 등을 통해 지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8일부터 읍면동 주민센터 등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8일 재난지원금 사용처 논란과 관련해 "가급적 소상공인에 직접 (돌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문제를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날 정부도 "사용처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있는 부분은 인지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고, 소비를 촉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용가능 업종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가구 수는 1920만 5820가구, 신청액은 12조1068억31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지급 대상 중 88.5%, 전체 예산 중 85.0%가 신청·지급됐다. 신용·체크카드와 선불카드로 발급받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오는 8월31일까지 약 3개월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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